-미투 번지지만 데이트폭력은 여전히 증가해..매년 사망자 통계 46명, 심각성 ‘여전’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부산에서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한 남성의 폭력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 전반에 데이트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는 부산에 사는 여학생으로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서 피해 사실과 함께 폭행을 당하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CCTV를 접한 누리꾼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데이트 폭력 가해자들은 구속이 됐다가 초범, 심신미약 등 이유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엄중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에 동의하고 있다.

미투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으나 이와 반면 늘어나고 있는 여성폭력 피해상담 건수 또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여론은 데이트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 기자

◆ 교제 3개월에 접어든 남자친구의 폭력..‘단순 말다툼이 폭력으로’

피해자 A씨는 부산에 거주하는 여대생으로 교제 3개월에 접어든 동갑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페이스북 등에서 “지난 20일 남자친구와 차 안에서 말다툼이 있었는데, 화가 난 남자친구가 저를 때리고 인근 야산으로 데려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자친구가 화가 나면 벽이나 가구를 부수거나, 감금하는 게 일상이었다”라며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밀접하게 다가올지, 이렇게 심각할지 몰랐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폭행을 당하는 3월 20일자 CCTV 영상을 공개했다.

CCTV 영상 속 남성은 폭력으로 이미 기절한 여성을 끌고 갔고 이웃 주민의 신고로 인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23일 감금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자는 2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당시 폭행으로 인해 눈 쪽 뼈와 코 쪽 골절, 온몸에 타박상, 갈비뼈 쪽에 금이 간 상태로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부산에 있으면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두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전하면서 “평소처럼 말다툼을 하다가 이별을 요구했더니 목을 조르면서 야산으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의 정신이 잃을 정도로 폭력 후 “못 헤어진다”고 말하며 반항하는 피해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후, 학교에 가야 한다며 겨우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자 피해자에게 욕을 하며 이상하게 나온 얼굴 사진을 게재하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후 해당 남성은 체포됐으나 피해자는 “체포되기 전에도 잘 말해주지 않으면 나를 죽이고 본인도 죽일 거라고 협박했다. 체포되면서도 협박 문자를 보냈다. 출소 후에 다시 찾아올까봐 그게 제일 두렵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데이트 폭력을 숨기는 분이 많다. 저를 보면서 용기내서 하나씩 알려지고 데이트 폭력에 대한 특례법도 되고 이런 사람들 처벌이 더 강화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인터뷰에 나선 이유를 전했다.

◆ 매년 사망자 46명 발생, 데이트폭력 심각성 급증

부산 데이트폭력 사실이 알려지면서 데이트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 매년 급증하고 있는 여성폭력 피해상담 건수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이뤄진 여성폭력 피해상담 건수는 29만건에 달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상담건수는 28만 9032건으로 전년 (26만 2131건) 대비 8.3%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가정폭력 상담이 18만 326건으로 전체의 62.4%를 차지했다.

미투 운동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것과 달리 여전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트폭력 및 사이버성폭력 상담은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트폭력은 2014년 1591건, 2015년 2096건, 2016년 4138건, 2017년 8291건으로 2015년 이후 매년 2배 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치안정책연구소가 2016년 6월 발간한 ‘데이트 폭력 예방 및 대응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가해자 20.4%가 1년 이내 재범을 저질렀고, 2년 이내에 상대방을 다시 폭행한 비율도 14%에 달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가해자의 10명 중 6명은 상습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사범은 총 8367명으로 하루 평균 23명이 애인에게 데이트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 유형으로는 폭행 및 상해가 전체 74%인 6233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감금, 협박 1017명, 성폭력 224명 등으로 나타났다,

◆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특별법 제정 여론도..“피해자 보호 장치 미흡해”

데이트폭력의 특성상 친밀한 애인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범행이 발생한 직후 피해자와 가해자를 완전히 분리시키지 않으면 피해자는 또 다시 2차 폭력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폭력에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인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부산 데이트폭력 사건의 가학성 및 심각성이 논란이 되자 여론은 데이트폭력에 있어 피해자의 신변보호 및 가해자 처벌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7일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따르면 “부산 데이트폭력 사건, 피해자 신변보호 및 가해자 처벌강화”, “데이트 폭력은 법을 아무리 강화시켜도 안 됩니다”라며 데이트폭력 사건의 처벌 강화에 대한 다양한 글들이 올라와 여론의 동의를 얻고 있다.

부산 데이트폭력 영상이 공개된 이후로 현재까지 집계된 청와대 청원은 16건 이상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데이트폭력은 단순 사랑싸움이 아닌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해 범행 초기부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에 있어 가해자의 특징은 집착 및 소유욕으로 애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폭력을 일삼고 피해를 당한 후 신고를 해도 보복성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데이트폭력의 사회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데이트폭력방지법과 같은 관련법을 제정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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