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일~28일까지 중국을 깜짝 방문하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동했다.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중국 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특별열차 편으로 26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이 자리에는 최룡해·박광호·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비롯해 북한 고위 간부들도 대거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비핵화 의지 분명히 밝힌 김정은 위원장

중국과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28일 오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동시에 발표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은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면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이번 회담은 북측이 먼저 방중 제의를 했고, 이에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마련한 연회 연설에서 “이번에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 짧은 기간 동안 우리들의 방문이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울인 습근평(시진핑) 총서기 동지와 중국의 당과 국가 지도간부 동지들의 지성과 극진한 배려에 나는 깊이 감동되었으며, 그에 대하여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과의 회동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김정일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받들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임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 청와대 “김정은 방중 사전 통지 받아”

사실 북한의 조선통신과 중국의 신화 통신 등이 북중 정상회담을 보도하기 전까지, 각종 외신들은 북측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 고위급 인사가 김정은 위원장인지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인지 의견이 분분했었다. 우리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외교안보라인 부처들도 언론에 일절 확인을 해주지 않았었다. 다만 한 안보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북중 관계의 특성상 북한과 중국 등 당사자들이 밝히기 전에 우리 정부가 앞서서 사실을 밝히는 것은 부담스러워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베이징에 북한 특별열차가 비공개리에 도착한 점에 비춰볼 때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추측했었다. 김정일을 제외한 북한 고위인사들이 북한의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외신들의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 조선통신과 중국 언론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보도하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청와대에서도 “중국 정부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한 사실을 사전에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28일 오전 김정은 위원장 방중 사실 발표도 사전에 알려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은 시진핑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29일 방한해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자세히 설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왜?

현재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왜 중국을 깜짝 방문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의 회복을 먼저 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고강도 대북제재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중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초고강도 제재가 가해지고 있고 중국과의 교역도 거의 90% 정도 차단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약 미국과의 회담이 잘 풀리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보였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존 볼턴으로 갈아치우면서 여전히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책임교수는 “북한은 자칫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북중 관계 개선이라는 새로운 전략 카드를 마련하고 북미 대화에 나선다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즉 경제 재재를 풀기 위해 비핵화를 선언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중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중국입장에서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중국 패싱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중국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추측일뿐 아직은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 내일(29일) 북중 회담의 결과를 들고 방한하는 내일(29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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