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기업이나 조직에서 매일 빠지지 않고 진행되는 것이 회의입니다. 아마도 회의가 없이는 사회의 모든 기업이나 기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책의 제목과 같이 "우리 회의나 할까?"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사람은 한숨부터 쉬고, 심지어 짜증을 내기도 하겠지요. 이런 부정적인 반응은 그저 귀찮음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회의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지요.

회의는 정해진 시간을 넘겨 시작되고, 비효율적으로 회의 시간의 대부분을 낭비하다가, 예정된 회의 시간을 훨씬 넘기고 마지막에 가서야 상명하달식의 지시로 급하게 회의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그나마 '결론'이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아무런 성과나 결론이 없이 끝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똑같은 안건으로 회의가 열립니다.

말단 직원들은 상사 때문이라고 투덜대고, 상사들은 부하직원들이 성실하지 못하다고 비난합니다. 이게 단순히 개인의 문제라면, 구성원이 바뀌거나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이 진급하여 또 다른 상사가 되었을 때 해결이 되어야겠죠. 하지만 이 회의(會議) 회의주의(懷疑主意)는 만성 전염병처럼 만연해있지만, 절대 치료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죽하면 회의를 줄이는 회의를 했다는 푸념이 들려올까요? 회의가 조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면, 어차피 해야 하는 이 회의를 좀 더 생산적으로 할 방법은 없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입니다. 매일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할 것 같은 광고인이 회의를 이야기합니다. 아이디어와 회의. 왠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는, 8년 차 카피라이터가 정리한 회의록 속에서 연결됩니다. 누군가가 처음 툭 던진 거친 아이디어가 점차 진화하는 곳은 결국 회의실이었던 거죠. 이 책은 좋은 회의를 하기 위한 비법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좋은 회의를 하기 위한 자신들의 원칙을 말하고, 그것에 얼마나 충실할 수 있는가가 관건임을 자신들이 진행했던 광고 프로젝트의 실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저자가 자기 팀의 광고 프로젝트들을 이렇게 실감 나게 재현할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이 팀의 회의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이고 또 그것을 성실하게 기록하고 정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광고계의 속내가 궁금한 사람들은 물론, '집단지성'이라는 말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 우리가 모두 집단지성인 셈인데, 그 집단지성이 좋은 회의를 통해 효율적으로 집중될 때 어떤 효과가 나오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회의 중에 회의 자체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않았건만 모두의 머릿속에 회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오히려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들 회의가 비효율적이라는 '아이디어'는 공유하고 있는 거니까요. 이젠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그 문제의식을 회의를 통해 진화시키고 해결할 차례입니다. 아이디어가 회의를 통해 진화한다는 아이디어 진화론, [우리 회의나 할까?]입니다.

아이디어 번쩍! 회의의 기술을 담은 저자, 김민철
남자 이름이지만 엄연히 여자. 그 흔한 공모전 한 번 안 해보고 광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유로 별의별 잡다한 것들에 대해서는 ‘어렴풋이나마’ 안다는 이유로 2005년 TBWA 카피라이터 시험에 합격했다. 자기가 쓴 카피 한 줄도 못 외우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회의 시간에 필기를 시작했고 회의록으로 책까지 내게 되었다.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대로 T ‘되고송’, 오리온 닥터유 ‘과자로 영양을 설계하다’,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등의 캠페인에 참여하며, 7년째 TBWA에서 카피라이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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