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에 열린다. 남북은 29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열고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포함한 3개항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남북 양측은 준비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남북 고위급 대표단은 29일 오전 10시 회담을 시작하여 오찬 시간을 별도로 갖지 않고 전체회의 50분, 2대2 대표접촉, 종결회의 11분 등 5차례 접촉을 갖고 오후 2시 13분에 회담을 마쳤다. 총 4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은 속전속결 회담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양측이 (과거라면 시간을 끌었을 합의문 내) 사소한 표현 이런 거에 서로 입장을 존중하면서 과거보다 더 빠르게 회담이 된 것”이라며 “서로 실용적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해 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남북이 합의한 내용은 △ 정상회담 4월 27일 개최 △ 4월 4일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 개최 △핫라인(직통전화) 설치를 위한 통신 실무회담 일정 추후 확정 등 세 가지 사항이다. 이를 위해 내달 4일에는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이 예정돼 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 남북정상회담, 왜 4월 27일인가

2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날짜였던 만큼, 4월 27일로 확정된 배경에 대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4월 마지막 주 금요일로 확정된 것은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남북 당국이 최대한 시간을 두면서 의제 등 많은 부분을 대화를 통해 사전 조율할 시간을 많이 갖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측 입장에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인해 4월 1일로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28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은 북측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군사 훈련이 마무리 되는 시점으로 잡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리고 북측 입장에서는 4월 25일은 김일성 주석이 1932년 항일 빨치산 부대를 창설한 날이기 때문에 이를 기념해 왔던 만큼 남북정상회담 날짜로 이를 피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 기간은 얼마나 될까. 남북은 우선 정상회담 일정을 당일로 한정했다. 하지만 일정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1박 2일 회담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12월 미국과 소련 최고지도자가 만나서 1박 2일 토론 끝내 냉전종식을 선언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 김정은 위원장의 이동경로에 대한 의전·경호 필요..내달 4월 4일 논의

내달 4월 4일 남북 실무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동경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판문점 남측 지역에 오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인 만큼 의전, 경호에 있어서도 포인트가 된다. 추측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는 승용차로 ‘72시간 다리’를 지나 도보로 MDL(군사분계선)을 넘는 방안과 승용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대로 평화의 집까지 오는 방안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결정을 내달 4일에 할 것으로 보인다.

◆ 핫라인 설치도 관심사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사항 중 하나가 핫라인 설치와 관련해 추후 실무회담을 갖겠다는 것이다. 핫라인 설치와 관련해서는 이달 5~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나 합의한 부분이다. 당시 발표문에도 ‘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적시돼 있다. 따라서 언제, 어디에, 어떻게 설치되며 어떻게 운용할지 등이 실무회담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설치된 적이 있었다. 이때는 국정원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사이에 놓여있었고, 정상간 통화는 없었다. 이후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핫라인 설치가 논의됐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 청와대 집무실과 김정은 노동당 중앙당사 집무실 간 연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설치 방안은 2가지로 모아지고 있다. 기존 판문점 채널 가운데 남는 선에 설치하는 방안과 아예 새로운 통신선을 가설하는 방안인데, 남북 정상회담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기존 판문점 채널을 이용해 개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남북 정상회담까지 시간이 많아 속히 설치되어야 할 문제로 보이는 핫라인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한 이유는 ‘기술적인 부분’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설치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고위급 대표들끼리 논의하기엔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세 가지를 꼽은 바 있다. 이를 위해 “남북 양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에 처음 갖는 만남의 자리인 만큼 서로 허심탄회하게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조 장관은 말했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남북이 아직까지는 조심스럽지만 순조롭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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