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햄버거병’ 여파로 재무지표 악화 추정…수익 개선 위해 한국맥도날드 폐점 가속화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한국맥도날드의 몸집 줄이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에 폐점하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재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2016년 3월 한국맥도날드 신임 대표에 조주연 마케팅 부사장이 선임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조 대표가 한국맥도날드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상당했다. 1988년 3월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1호점을 개장한 이후 한국맥도날드를 맡게 된 첫 번째 한국인 대표인 데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적잖은 유명세를 떨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조 대표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매스를 거침없이 들이대며 한국맥도날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달만 해도 신촌점을 비롯해 사당점, 정동점, 청량리역점 등 핵심 상권에 위치한 11개의 점포를 정리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디자이너

한국맥도날드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가 올라 부득이하게 폐점을 결정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그러나 한국맥도날드의 잇따른 폐점이 고정비 부담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폐점 외에도 가격인상, 저가형 빵 교체, 비정규직 직급 통폐합 등 한국맥도날드의 최근 행보가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폐점한 맥도날드 매장들이 규모가 있던 곳이라 해고된 직원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점포를 정리한 것만으로도 한국맥도날드의 고정비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을 중심으로 폐점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폐점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는 곳도 20곳 정도 되는 것을 볼 때 재매각에 나서기 위해 사전 정제작업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 역시 “한국맥도날드는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 본사 차원에서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준비중에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만일 매각이 어려울 경우 전략적 제휴나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형태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맥도날드는 조주연 대표 취임 후 한차례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CJ그룹을 비롯해 매일유업, KG그룹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실사 후 입찰을 포기해 불발됐다. 패스트푸드 시장의 경쟁격화와 실적 악화, 높은 매각금액이 걸림돌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맥도날드는 2012년(229개)부터 매각을 추진하기 직전연도인 2015년(381개)까지 매년 매장을 평균 51개씩 늘렸다. 불과 3년 새 매장수가 2배 가까이 늘다보니 매출도 같은 기간 57.9%(3822억 원→6033억 원)나 증가했다. 외형성장은 이처럼 성공했지만 내실다지기에는 실패했다. 2012년 106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5년 20억 원으로 81.1% 감소했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수익성이 악화되다 보니 2015년 부채비율이 1140.2%를 기록할 만큼 재무건전성도 엉망이 됐다. 결과적으로 한국맥도날드가 요구했던 매각가 5000억 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던 셈이다.

▲ 자료_공정거래위원회

매각 불발 된 2016년 10월 한국맥도날드는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등록을 자진취소 했다. 정보공개서 등록이 취소된 가맹본부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사업자를 모집할 수 없다. 대신 실적이나 가맹점 현황 등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즉 매각이 불발된 순간부터 조 대표가 한국맥도날드의 경영전략을 외형성장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바꿨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로 한국맥도날드의 2017년 실적 및 재무건전성은 알 수 없다. 다만 지난해 ‘햄버거병’ 논란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을 감안할 때 2016년 소폭이나마 개선됐던 재무재표가 도루묵이 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6년 한국맥도날드의 매출은 6913억 원으로 전년보다 14.6% 증가했고, 순이익이 마이너스(-) 66억 원으로 49.7%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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