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대출 이자 올라 임차인들 월세로 몰려…주거비용 부담↑
‘상위 1%’ 4000만원 월세도 등장…‘월세 대란’에 가격 껑충

지난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아파트 월세가 1000만원을 넘는 거래가 총 74건으로 나타났다. 2020년 상반기에는 이런 초고가 월세 아파트 거래가 단 9건에 불과했다. 이 중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면적 273.96㎡(6층)은 지난 3월에 월세 4000만원(보증금 4억원)에 계약하며 올해 최고가 월세로...<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급격히 오른 전세 값과 대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월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우려했던 8월 전세 대란보다 월세 대란이 먼저 왔다는 평가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한 임대차 계약의 종료시점이 8월이기 때문이다. 월세 수요 증가에 따라 월세가격 상승도 예상되면서 올해 세입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 9일 법원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월세 거래는 748057, 전세 거래는 698576건으로 집계됐다. 각각 비중은 월세 51.7%, 전세 48.3%로 월세가 전세건수를 역전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월세 증가 폭이 전세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서울 월세 거래량은 24606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58546)보다 55.2% 많다. 거래량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같은 기간 아파트 월세계약은 42675건으로 지난해보다 22.1% 늘었다.

이중 서울 아파트 중 월세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거래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10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올해 상반기(1~6)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총 45085. 이 중 월세가격 100만원 이상 거래량은 총 15788건으로 전체 거래비중의 3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100만원 이상 거래량(1675)과 비교하면 1년 사이 47.9%나 증가했다.

월세 거래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갈수록 높아지는 전세 보증금과 전세자금대출 이자보다, 정해진 월세를 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는 임차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오르면서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전세대출 준거금리)2.38%로 전월보다 0.4%p 상승했다.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여기에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이 커지고 있다.

빠르게 늘어난 월세 수요에 월세 매물 품귀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갈수록 매물이 쌓이는 전세와 매매시장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월세의 양극화 시작인가, 초고가 월세 증가 추세

 


월세는 부동산 임대의 한 종류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임대차 계약을 통해 집을 일정 기간 빌리는 계약이다. 세입자는 일정액의 보증금을 내고 매달 일정 날짜에 집주인에게 달마다 차임을 납부한다. 전세는 전세보증금을 재산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월세는 매달 돈을 주고 대여하는 형식이라서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가계의 주거비용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전세가 인기였지만,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짐은 물론 월세만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 아파트 월세가 1000만원을 넘는 거래가 총 74건으로 나타났다. 2020년 상반기에는 이런 초고가 월세 아파트 거래가 단 9건에 불과했다. 이 중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면적 273.96(6)은 지난 3월에 월세 4000만원(보증금 4억원)에 계약하며 올해 최고가 월세로 기록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올해 상반기 초고가 월세 아파트 거래는 용산구가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 용산의 초고가 월세 거래는 4건이었는데 올해는 24건으로 8배가 늘어났다. 한남동 한남더힐은 올 상반기에만 월세 1000만원 이상 물건이 9건 계약됐다.

고가 월세가 증가하는 원인은 임대차2(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에 따른 전세 값 급등과 금리 인상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과 함께 전세 값도 오르면서 전세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증가한 것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전세대출 준거금리)2.38%로 전월보다 0.4%p 상승했다. 이는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임대시장에서 임차인들은 깡통전세를 우려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월세 거래를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임대차 시장 월세 인기 가속화렌트푸어늘지 않도록 주의해야


우리나라 월세는 1960년대까지 보편적인 임대차 방식이었지만 1970년대부터 전세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월세 비율이 늘면서 다시 전세를 앞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63403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값은 올 6월엔 63315만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반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상승했다. 11249000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이달 초 1258000원으로 올랐다.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얼마 전 공시지가가 올라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월세를 인상해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심리도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월세를 선호하는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월세 품귀현상이 초래된 것이다.

이달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발표한 전월세시장 동향분석자료에 따르면 전국 종합주택유형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월 최고점을 달성한 후 보합세에 접어든 반면, 월세 관련 가격지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지난 6월 최고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6월 전세가격지수 전월대비 변동률 평균은 0.01%에 불과했지만, 월세 관련 가격지수 변동률은 0.11%(준전세)~0.18%(월세)로 월세가격지수의 변동률 평균이 전세가격지수에 비해 높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1·4·5·7월까지 총 4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는 2.25%까지 올랐다.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월세는 계약기간 동안 금액이 고정되기 때문에 대출을 일으키는 것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특히 10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월세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없고, 비용처리가 가능해 전문직·고소득층에게 인기가 많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도 월세 수요가 증가해 월세 가격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세하고 있다.

하지만 월세가 올라 주거비용으로 소득이 많이 빠져나가면 렌트 푸어(Rent Poor)’가 늘어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실소득은 비슷한데 주택임차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 생활에 여유가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균형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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