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7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거점 지역에 시리아 정부군 소행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또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40명, 많게는 100명이 숨졌다고 시리아 반군은 주장했다.

시리아 내전에는 사실 러시아, 이란, 터키가 개입하고 있어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돼 오다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고 시리아 내전 종전 문제를 협의하면서 7년 내전이 막 내리는 듯 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화학무기 공격이 발발되면서 시리아 문제는 끝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디자이너

◆ 시리아 내전, 종교·외세들의 갈등으로 번져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축출하려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일어난 현재진행형 내전이다. 엄밀히 말하면 ‘아랍의 봄’이라 일컫는 2010년 12월 18일 튀니지에서의 대규모 시위를 시작으로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등 아랍 세계로 번진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아랍지역의 민주화운동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오랜 기간 철권통치를 펼쳐온 독재자들을 하야시키는 계기가 됐지만, 시리아의 경우 반정부 운동이 내전으로 번지게 됐다. 40년 넘게 부자세습의 독재정치를 이어온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이 시위대를 과격 유혈 진압하면서 내전으로 번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리아 내전은 종교 갈등도 내포하고 있다. 시리아 내 14.5%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 종파인 이슬람교 시아파 집권세력과 68.4%를 차지하는 다수 종파인 수니파간 종교 전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알아사드 정부는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반군은 알아사드 정부에 적대적인 미국 등 서방국가와 수나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외세까지 개입하게 됐다.

여기에 이라크에서 등장한 수니파 무장단체인 IS가 내전의 와중에 시리아 동부를 점령하며 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2017년 10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민주군(SDF)이 락까를 해방시켜 IS는 소멸됐지만 IS 소탕에 참여하면서 세력이 커진 쿠르드족의 인민수호부대(YPG)에 대해 터키가 러시아의 묵인 속에 무력 공격을 하고, 시리아의 오랜 앙숙인 이스라엘까지 이란 견제를 구실로 시리아 영토를 공격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점점 확전돼 왔다.

◆ 지속적으로 화학무기 사용

시리아 정부는 2013년부터 반군 지역 공격에 화학무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다. 2013년 8월 다마스쿠스 동부 외곽지역인 동구타와 자말카 아인 타르마 마을을 화학무기를 사용해 공격했으며 당시 유엔 조사단은 사린 가스가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해 9월 시리아 화학무기를 2014년 중순까지 폐기 또는 파괴하기로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그 다음해인 2014년 4월 또 독가스 공격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반군에 따르면 정부군 헬기가 시라이 이들리브 주와 인접한 히마주 크파르 지타 마을에 화학무기가 담긴 폭탄을 상공에서 투하했다는 것이다. 2015년 5월에도 반군이 장악한 사르민 마을에 헬기가 통 폭탄을 투하했고, 2016년 9월에도 염소가스가 담긴 통 폭탄 공격을 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칸 셰이쿤 지역에서 사린가스를 이용한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지역 주민 80명 이상이 숨졌다. 이때도 유엔은 그 배후로 시리아 정부군을 지목했다.

이때 당시 시리아는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시리아 공군 기지 폭격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없다며 알아 사드 정권을 비호했다.

며칠 전인 4월 7일에도 시리아 동구타 두마에서 화학무기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서 시리아 정부는 국영 사나통신을 통해 “자시이 알이스람이 시라이군의 진격을 막지 못하자 화학무기 거짓말을 꾸며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치명적인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이라면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EU도 이란·러시아에 시리아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저지할 것을 촉구했다. EU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일, 이번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긴급 논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 끝없는 시리아 내전

사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시리아에서 이끌어 온 대테러 작전이 거의 완료됐다며 공개적으로 철군 의사를 밝힌 적 있다. 따라서 35만 명이 희생된 시리아 내전 7년은 러시아, 이란, 터키가 나눠먹기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지난 4일 세 나라 정상도 현재 상태에서 시리아의 휴전과 영토적 통합성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알아사드 정권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러시아는 지중해에 다가갈 수 있는 공군·해군 기지 등 군사거점을 유지하고 남유럽·중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목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란은 시아파 정권을 지켜내는 한편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영향력을 확보하는 한편, 눈엣가시였던 쿠드르 민병대(YPG)를 제압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또 다시 화학무기 공격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철군 계획을 취소함과 동시에 시리아군이 보유한 화학무기 등을 파괴하기 위한 단호한 대응에 나서게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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