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5월이나 6월초에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대북 제재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인데다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으로 임명 되면서 회담 연기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회담 일정을 공개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행보가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정보라인 가동 중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다음 달 또는 6월 초에 그들(북한)과 만나는 것을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양측 간에 큰 존경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미국 측에 ‘비핵화 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규성 그래픽 디자이너

이렇게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8일 ‘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언한 이후, 북미는 양측의 비밀 정보라인을 가동해 사전 회담을 해왔기 때문이다.

CNN,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8일(현시시간) 복수의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비핵화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CIA 내부의 전담팀을 이끌고 비공식 정보채널을 통해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과 북한의 정보당국 관료들이 정상회담 장소를 확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고, 제3국에서 만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는 북한이 수도 평양에서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도 가능한 장소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북미간의 조율이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날짜를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회담에도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북한도 그렇게 말했고, 우리도 그렇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미국뿐 아니라 북한도 비핵화 협상 메시지를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25~28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주 5~6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수행했던 북한 외교 당국자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리용호 북한 외무상 러시아 방문..6자 회담으로 확대?

북미가 5월~ 6월초로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어제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는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북한이 중국, 러시아 순으로 접촉을 넓히는 것은 6자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고, 비핵화 단계에서 한·미로부터 얻어낼 보상을 담보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앞으로 전개될 정상회담 국면에서 한미가 손잡고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막아달라는 요청”으로 분석했다.

북한의 요청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을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복잡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청와대도 남북,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이 우선이라며 6자 회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6자 회담 여부는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까지 해보고 나서 판단을 해봐야 한다”며 “순서대로 남북-북미,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조금 더 안전한 정치들에 대해 관련국들로부터 보증이 필요하다 싶으면 6자 회담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핵화는 결국 북미간에 담판 지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북 인권 문제도 다뤄야 한다는 주장 나와

남북, 북미, 남북미간 정상회담 의제로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거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인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서 직접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미국의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 들이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인권 언급을 내정간섭으로 치부하고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달 24, 25일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우리 제도 전복을 노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비핵화와 함께 다루기보다는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느긋함이 남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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