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휴게시간 보장은 근로기준법 의거’..‘일괄적 휴식 시간 보장’ 취지 목소리 높여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은행권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기본권인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 영업점의 경우 직원들이 교대로 식사를 하고 있고 창구를 비울 수 없어 급히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아 고역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권 노조의 점심시간 보장 요구가 공공성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대다수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기 때문에 불편함이 가중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은행권 노조의 점심시간 보장에 대한 요구는 새정부가 표방하는 노동 존중 사회 실현에 의거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어 사회적 합의에 실패해왔던 점심시간 보장에 대한 목소리는 공론화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당분간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라는 은행권 노조의 주장과 은행의 공공성을 먼저 고려하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대립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디자인 담당

◆사회적 분위기 바뀌자 ‘점심시간 1시간 보장’ 요구 나선 은행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첫 산별 교섭에서 점심시간 동시사용 등을 안건으로 다룰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보도기사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노동시간 단축 △노동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 △양극화 해소 △국책금융기관 노동개악 철폐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성과주의 강화 금지 등 5개 분야 53개 항목으로 구성된 2018년 산별중앙교섭 임금 및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의회에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금융사 은행장들과 금융권 공공기관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점심시간 동시사용’은 노동시간 단축에 포함돼 있는 사항으로 금융권 노사는 첫 산별중앙교섭 회의에서 은행원들의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점심시간에는 은행원들이 교대로 식사를 해야 하며 이마저도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 하는 상황도 있다며 하루 8시간을 일하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이 주어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은행원도 정확한 근로시간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다.

전국금융노조측은 “새로운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게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이다”라며 이러한 슬로건에 맞게끔 금융 산업 노사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라는 주장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권 노조의 점심시간 보장에 대한 목소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은행권 노조는 지속적으로 점심시간 보장을 요구해왔지만 사측과의 합의에 실패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근로자의 근로 여건 개선의 실현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점심시간에 PC를 끄는 ‘PC 오프제’를 실시한 IBK 기업은행도 있어 공론화 여지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 ‘휴게시간 보장 VS 공공성 헤친다’…충돌 불가피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8시간인 경우 한 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점심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은행 영업점에서도 이러한 시간을 보장하고 있으나 점심시간에 업무가 몰리는 은행 업무 특성 상 이러한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실제 서울의 한 은행권에 근무 중인 A씨는 “한 시간 점심시간을 주긴 하지만 점심 식사를 제대로는 커녕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식사를 급히 하기 때문에 체하는 경우도 많다. 실질적으로는 1시간이라는 점심시간이 보장되는 느낌이 들지 않고 이 때문에 만성 소화 불량에 시달리기도 한다”라며 “이 같은 사항은 직원이 적은 은행 영업점은 더욱 심하다고 알고 있으며, 끼니를 굶으면서 일을 하는 열악한 경우도 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당장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 은행을 이용하는 직장인의 경우 낮 12시부터 1시 사이인 점심시간에 은행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 영업점 축소로 인해 이마저도 대기 시간이 길어 업무가 원활하지 않아 불만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은행권의 점심시간 보장 요구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여론에 따르면 “점심시간에도 줄이 길어 은행 업무를 보기 힘든 경우도 많아 사실상 점심 식사를 포기하고 심하면 반차를 내고서라도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은행 업무를 보겠느냐”라는 의견부터 “점심 식사 시간을 보장할거면 은행 영업점 문을 빨리 닫기보다는 퇴근 시간에도 문 닫는 시간을 늦추거나 해야 한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 노조 측의 입장은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을 피하는 부분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보도기사를 통해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가 점차 늘고 있는 데다 자동화기기(ATM) 등 사용도 가능해 어느 정도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국민들의 요구가 있는 만큼 협상 과정에서 시간대는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적 합의 거쳐 절충안 찾을 방법은

금융노조 측은 점심시간 보장이 은행권의 공공성을 헤친다는 국민들의 요구에 수긍하는 의지를 보이며 점심시간 12시~1시간이 아니더라도 은행권의 휴게시간 1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점심시간 보장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에 ‘애프터 뱅크’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프터 뱅크’는 시중 은행이 영업시간을 다변화하는 제도로 영업시간 제한 없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으며, 고객들의 편의 또한 맞추기 위한 취지의 제도로 실시되고 있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애프터뱅크가 실시되고 있으며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시범 운영 뒤 탄력점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애프터뱅크가 확대될 경우 휴게시간 보장에 관한 노사 합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애프터뱅크 뿐만 아닌 다양한 형태의 탄력적 근무제, 유연한 근로 방식 등이 지속적으로 도입되어야만 은행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형태의 휴게시간 보장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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