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목격자 조사 후 본격적 수사 준비 돌입…관건은 ‘물컵의 방향’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물컵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의 기업명을 바꿔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하면서 갑질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A광고업체의 팀장 B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자 고성을 지르며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오마이뉴스 보도기사를 통한 음성파일 제보로 인해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이 직원들을 향해 고성과 폭언을 가한 것으로 드러나자, 추가 폭로 및 증언도 줄줄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물컵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경찰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수사 준비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비난 여론이 잦아들지 않고 악화되고 있고,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4년 만에 갑질 논란이 또 다시 발생한 데에 있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규성 그래픽 담당

◆ 땅콩 회항 4년 만에..또 다시 불거진 갑질 논란

지난 14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조현민 폭언 음성파일 공개’라는 제목의 음성 파일을 올려 대한항공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항공 직원이 녹음한 것이라고 전해진 음성파일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이 누군가에게 고성을 지르며 폭언을 하고 극도로 흥분해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음성파일 속 여성은 “에이 XX 찍어준 건 뭐야 그럼”, “누가 몰라? 여기 사람 없는 거?”, “됐어, 가”라고 말하며 누군가를 쏘아붙였다.

해당 음성파일에 자막을 입힌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더욱 확산되자 대중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이 음성파일 주인공에 대해 “조 전무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5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저는 조현민 음성파일 제보자입니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제보자 사원증, 명함 일부를 공개해 이 제보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조 전무의 폭언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나이 많은 간부들에까지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라며 “(녹음한) ‘그날’도 직원에게 숨이 넘어갈 정도로 화를 냈다. 유난히 더 수위가 높았고 이것도 녹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제보자는 “이미 내부에서는 익숙한 회사생활의 일부분이다. 확실한 사실관계가 필요하다면 계속 가겠다"며 조 전무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의 ‘갑질 논란’은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었다.

4년 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조현아 사장의 복귀 여론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 다시 갑질 논란이 재발한 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 등을 통해 조 전무의 과거 행동까지 도마에 오르는 등 비난 여론이 이어지고 있어 갑질 문제가 오너 일가 전체의 문제라는 전언도 나온다.

시민들의 비판이 커지자 대한항공 측도 대응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대한항공 측의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대한항공 사명 바꿔달라..분개한 여론에 국민청원도 등장해

반복되는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에 염증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아지자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대한항공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 등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명칭변경 및 경영관련 내부조사 요구’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5일 오후 기준 7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인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사건 이후에도 다시금 ‘물컵’ 논란에 휩싸였다”라며 ”최근 동생 조현민이 ‘억울하면 금수저로 태어나지 그랬냐’며 임직원에게 물컵을 던지는 등의 인격 모독과 같은 만행을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원자는 “대한항공의 대한은 KOREAN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명성을 저하시키는 행동을 하는 업체에게 더 이상 이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명칭 변경 고려 및 경영관련 철저한 내부 조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원 게시물에는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그룹의 사명을 차용해 ‘한진항공’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이는 대한항공 ‘갑질 논란’ 사건이 외신에도 전파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격의 명칭을 사용하는 대한항공의 사명으로 인해 국가의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데에 염려를 둔 시각인 것으로 보인다.

◆ 조 전무 해명 나섰으나 경찰 수사 가능성 높아져

‘갑질 논란’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확산되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15일 새벽 해외에서 급거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기다리던 복수매체 취재진에게 갑질 논란에 관한 해명과 사과를 건넸다.

복수매체에 따르면 조 전무는 12일 연차휴가를 내고 다낭으로 출국했고 다음주 초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물컵 갑질’ 논란이 확산하자 급히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민 전무는 “어리석었고 죄송하다”면서도 “물을 뿌리진 않고 밀치기만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물컵을 바닥에 던진 건 맞다는 대한항공 측의 기존 해명과 달라 이 또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수사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유리병이나 물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는지, 물을 얼굴에 뿌렸는지, 단순히 바닥에 물을 쏟은 것인지는 경찰이 조 전무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를 가를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도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에 착수해 정식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4일부터 내사에 착수해 대한항공 직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회의 목적과 대화 내용, 회의실 자리배치 등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이 사건을 내사에서 정식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했던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지난 3일 동안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진술이 오염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찰은 회의 참석자들의 진술이 확보되는 대로 귀국한 조현민 전무의 소환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