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미국·프랑스·영국 등 서방 3개국 연합이 14일 새벽(시리아 현지시간) 시리아를 폭격했다. 지난 7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다마스쿠스 동쪽 반군 점령지인 동(東)구타 두마를 화학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에 러시아와 이란 등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즉각 반발하면서 시리아를 둘러싼 신(新)냉전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규성 그래픽 담당

◆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공습한 미·영·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밤 9시(현지시간)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정밀타격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밤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관한 미국의 대응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시리아에 대한 공격이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미, 영, 프 연합은 이날 중동 일대에 배치된 해·공군 전력과 100여발의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해 시리아 내 화학무기 개발, 생산지를 공격했다. 즉 시리아 내 화학무기 관련 기반 시설 3곳인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바르자 연구개발센터와 서부 홈스 외곽 화학무기 단지의 저장고와 벙커 등을 공격한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감행된 시리아 공습에 대해 “완벽하게 실행된 공격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순 없었다. 임무가 완수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어 이날 공습에 대해 미국은 ‘1회성 공격’으로 규정하고 조기에 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이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이나 러시아와의 정면충돌을 피하려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이 연루될 위험을 줄이고자 이들 목표물을 특정했다”고 말했다. 만일 러시아군이 주둔하는 시설을 공격해 인명피해가 난다면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는데다 민간인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정밀타격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 미-러 중심의 신냉전으로 확대되나

미국이 러시아와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특정 목표물을 타깃으로 삼았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미-러를 중심으로 한 신냉전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우선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미국과 함께 영국, 프랑스가 공동으로 대규모 군사응징에 나섰다는 점에서 서방을 중심으로 하는 한 축과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해 온 러시아와 이란으로 하는 축이 대립 양상을 띠게 됐다.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도 미국의 이번 정밀타격을 두고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하고, “전 세계와 인류에 대한 범죄로 러시아도 공격당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기때문이다. 미 CNN 방송도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됐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이번 공습에서 미국의 의도는 시리아 사태에 전면 개입하지 않으면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일회적 응징을 통해 미국의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시리아에 발을 담글 의도가 없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시리아 사태에 개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공습 전에도 시리아는 이미 국제전 양상을 띠고 있었는데, 한층 더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육군 장성 출신인 제임스 더빅도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러시아와 이란, 아사드 정권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이번 공습을 빌미로 이들 국가가 보복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시리아 정권 반군 탄압 이어갈 가능성 있어..

미국이 시리아 화학무기 연구시설 공습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시리아와 러시아 사이에서는 ‘대부분의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맞섰다. 시리아 방공망이 미사일의 70%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 여하를 떠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공습이 “별 의미없는 공허한 제스처”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시리아 화학무기 조사에 관여했던 아둘살람 압둘러젝은 “그 공습이 시설 일부를 타격했을지는 모르지만 심장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메켄지 준장은 “시리아 정권이 화학공격을 계속 실행할 능력 자체가 없어지게 됐다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번 공습이 시리아 정부에 큰 타격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리아 정부가 반군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동구타 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하면서 반군이 물러가 이 지역 탈환에 성공했다. 이런 식으로 반군 지역 탈환에 성공할 때마다 아사드 대통령측은 “영토의 마지막 한 뼘까지 모두 회복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미국의 공습 후 시리아군의 알리 마이 준장은 “이번 공습이 무장 조직 소탕작전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위기그룹(ICG)에서 시리아를 연구해온 선임 분석가 샘 헬러는 “설령 이번 공습이 화학무기 억지라 해도 시리아에는 파문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전통적인 무기 수단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데, 다음 탈환 지역으로는 ‘다라’지역이 꼽히고 있다. 다라는 2011년 ‘아랍의 봄’이 시리아로 확산되면서 초기 민중봉기가 일어났던 곳으로 ‘혁명의 요람’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을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것인데 요르단과 이스라엘 국경지역까지 반군점령지가 뻗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리아 정부군이 이곳 ‘다라’를 다음 탈환 목표로 삼을 경우 이스라엘까지 본격적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시리아 내전은 미국등 서방과 이스라엘 그리고 러시아, 이란 등의 대결 구도로 계속 이어질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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