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피해자 80명 가운데 51% 배상 완료 시점에서 중단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여전한 진상 규명이 요구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벌인 옥시가 “단독배상은 어렵다”며 가습기 살균제 4차 피해자 113명에 대한 배상을 돌연 중단했다.
이 같은 결정은 옥시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으로 지목되었던 애경과 SK 케미컬, 이마트 등 다른 제조, 유통업체들이 “법적 책임이 없다”며 지금까지 단 한건의 배상을 하지 않은 데 이어 옥시만이 배상을 유지해왔고 정부의 판정기준이 달라졌다며 배상 협의를 착수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피해자들의 항의가 지속되자 옥시는 MBC 취재를 통해 ‘배상 중단’이 아닌 ‘관련 기업들과의 공동 배상 등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라며 공식해명자료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당초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옥시 뿐만 아닌 20여개의 가해 기업이 있었기에 가해 기업이 협력해 피해자들에 대한 ‘공동 배상안’을 만들자고 주장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및 여론은 “옥시는 배상 책임을 축소하고 있다”라며 옥시 의약품 불매 운동을 벌이며 반발하고 있어 한동안 비난 여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피해자 5,657명에 대한 ‘불공정한 배상 협상’
지난 2016년 6월 26일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빚은데 따른 배상 책임을 결정하며 옥시가습기살균제 1‧2차 피해자를 위한 배상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간 배상 절차를 밟아왔던 피해자 5,657명에 대한 배상 협의는 기업 측의 일방적 협상으로 정당하지 않은 배상 방식이라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신고했던 1‧2차 피해자 중 1-2단계 옥시 피해자 대부분은옥시 측이 제안한 합의 방식에 대해 “일방적 배상 계획과 협상”이었다고 지적했고 정부와 국회가 징벌법을 제정해 정당한 방식의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가 제정한 징벌법은 3배 이하였고 소급적용이 안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도 적용되지 않아 옥시 측이 제안한 배상 계획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도외시하고 마치 옥시와 피해자간의 배상협의가 잘 되어 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피해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옥시가 피해자들에게 배상안을 제시하면서 피해자들은 부당한 배상조항에 대한 수정 요구를 제안했으나 이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피해자측이 항의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첫째, 옥시는 사망, 상해 피해자들의 간병으로 인한 손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 둘째, 옥시는 피해자들의 일실수입 손실을 산정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셋째, 옥시는 ‘기한’을 정해놓고 기한 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배상을 종료하겠다며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 넷째, 옥시는 배상안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독립적인 ‘전문가 패널’에 회부해 판단을 받으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문가 패널은 모든 옥시가 임명해 비용을 지급하는 전문가로 셀프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갑작스러운 배상안 중단 결정..‘왜?’
옥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해자에 대한 직접배상 및 특별구제계정기금 납부금으로 약 210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비용에는 피해자 배상액보다 법적 비용, 브랜드 악화에 따른 비용 등을 더 많이 산정했기에 실질적인 피해자 배상이 어렵다는 분석도 감돌았다.
옥시 측은 이 같은 배상 계획을 유지해오며 “향후에도 배상을 계속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표명해왔으나 갑작스러운 피해 배상 절차 중단 의사를 밝혀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 6,010명에 대해 4차에 걸쳐 조사를 벌여왔고, 그중 10분의 1에 불과한 416명에 대해 배상 대상자로 인정해왔다.
옥시는 지금까지1‧2차 피해자에 대해 98% 정도 배상을 완료했으나 3차 피해자 80명 가운데 51%와 배상을 완료한 시점에서 지난 6일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4차 피해자 113명에 대한 배상 계획을 사실상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또한 옥시 뿐만 아닌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빚은 20여개 기업은 배상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고 단 한 개 업체 옥시만이 배상 책임을 지다가 이마저도 중단된 것이 된다.
MBC 취재를 통해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4차 피해자분들에 대해 배상 언제 할 건지 어떤 형태로 할 건지는 말씀드린 것처럼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3차 피해자 80명 가운데서도 27명에 대해서는 ‘정부의 판정 기준이 달라졌다’며 배상협의에 착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차에서 4차에 이르는 구분은 단지 접수 시점의 차이일 뿐 4차 대상자 11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3명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이미 사망한 상태로 밝혀졌다.
이에 피해자들은 “조금 늦게 신청했을 뿐인데도 배상에서 밀려났다”라며 주장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2심에서 형량을 깎아준 바 있어 “허울 뿐인 배상”이라는 데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 옥시, 책임 있는 기업끼리 ‘공동배상안 제안’
옥시측은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 배상 협의는 중단된 것이 아닌 “관련 기업들과의 공동 배상 등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공식 해명자료를 보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SK 케미컬 등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빚은 다른 20여개 기업이 있는 데도 불구, 옥시만이 배상 책임을 지고 있다는 데 따른 이유로 배상 책임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배상 책임 중단에 대한 결정은 지난 3월 옥시 측이 10여개 가해 기업들이 협력해 공동 배상안을 만들어 책임을 분담하자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3월 업계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는 10여개 가해 기업들이 협력해 공동배상안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고, 옥시의 공동 배상안 제안은 개별배상에 소극적 가해 기업도 적극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혹은 유통, 판매한 기업은 15개에 이르지만 이 중 개별 배상에 나선 기업은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세 곳에 불과하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원재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 등을 공급한 SK케미컬과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애경, 홈케어 등 20여개 기업은 개별 배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피해자가 수천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는 법원의 중립적 태도에도 기업이 막대한 금액의 배상액을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기에 옥시 측이 공동 배상안을 제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