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계열사서 207억 수취…비상장·수익악화 계열사 배당확대에 비난여론 일어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국정농단’에 휘말려 법정구속 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받은 총배당금이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비상장 계열사 할 것 없이 배당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다만 신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롯데쇼핑 등은 적자전환에도 배당확대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각에선 오너 배불리기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도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올해 12개 계열사에서 207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전년보다 배당을 실시한 계열사는 1곳 줄었지만 배당금 총액은 95억 원 늘어났다.
신회장이 지급받은 배당금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상장계열사뿐만 아니라 비상장계열사도 배당성향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배당을 실시한 12개 롯데계열사 중 전년보다 주당배당금이 줄어든 곳은 롯데역사(대표 황규완)와 롯데제과(대표 민명기, 이재혁)뿐이다.
롯데푸드(대표 이영호)와 롯데칠성음료(이영구, 이종훈) 등은 3배 이상 늘렸고, 롯데케미칼(대표 김교현)과 롯데쇼핑(대표 이원준, 강희태), 롯데캐피탈(대표 박송완), 롯데손해보험(대표 김현수), 롯데건설(대표 하석주) 등 5개사는 2배 이상 확대했다. 이외 코리아세븐(대표 정승인), 한국후지필름(대표 박호성), 롯데카드(대표 김창권)도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을 기존의 2배 이상인 30%까지 확대하겠던 약속을 신동빈 회장이 지킨 셈이다.
하지만 롯데계열사의 이 같은 배당확대에도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신 회장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비상장계열사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중심으로 배당을 늘렸기 때문이다.
롯데쇼핑만 해도 지난해 마이너스(-) 20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적자전환 됐지만 주당 배당금을 5000원으로 책정해 전년보다 3200원 늘렸다. 이 덕분에 278만 1409주 보유한 대주주 신 회장도 1년 전보다 89억 원 늘어난 145억 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롯데카드와 코리아세븐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각각 57.6%, 13.8% 감소했지만 주당 배당금은 각각 18%, 90.1%씩 증가했다. 또 롯데역사의 경우 지난해 2875억 원의 순적자를 기록했지만 배당금은 주당 1431원 줄이는데 그쳐 신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2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에 필요한 자금을 배당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 구속을 계기로 롯데 경영권 탈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암시하며 공개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징역 2년 6개월) 사건과 롯데그룹 경영비리(징역 1년 8개월, 집행유예 2년) 사건으로 지난 2월 법정 구속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경영현안과 올해 사업계획 등이 담긴 업무 보고를 서울구치소에서 면회 형식을 빌려 받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