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남북정상회담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이 나왔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처음 악수하는 순간부터 생중계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도보로 넘어 남측 땅을 밟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사의 대전환”이라고 언급했던 이번 4.27 남북 정상회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18일, 북측 통일각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의전·경호·보도 부문에 대한 2차 실무회담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첫 악수부터 전 세계에 생방송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이 공동경비구역(JSA)내 남측 지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는 순간부터 전파를 타게 된다는 얘기다.

▲ 그래픽_황규성 뉴스워커 디자인 담당

이날 열린 실무회담에는 우리측 인사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을 수석대표로 청와대 조한기 의전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용욱, 경호차장 등 5명이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김정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수석대표로 신원리·리현·로경철·김철규·마원춘 대표 등 6명이 참석했다.

점심도 거른 채 5시간 15분 동안 진행된 실무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당일인 27일 군사분계선을(MDL)을 넘는 방법 등 양 정상간 동선을 비롯 수행원 규모, 배석인물, 회담 생중계,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의 동행과 부부동반 오·만찬 여부, 남북 퍼스트레이디 회동 여부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실무회담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악수부터 생중계된다는 큰 틀에서만 합의가 있었고, 나머지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도 “당일 일정에 대해서 큰 틀에서 합의는 있었지만 세부 조율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 김 위원장, 생중계 결정..이례적

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 땅을 밟는 순간을 전 세계로 생중계하는데 합의했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5일 1차 실무회담 당시 우리 측이 생중계를 제안했고, 북한은 내부 검토 끝에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인데, 생중계 사실을 미리 확정하고 공개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안전을 중시해, 철저한 ‘비밀 경호’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동선이 사전 공개된 것에 불쾌해 하면서 일정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보안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썼던 북한이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한 수행단이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나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이와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데, 이는 대체로 ‘핵 완성’에 대한 자신감과 비핵화 해법을 찾기 위한 의지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생중계하기로 남북이 합의하면서, 역사적인 현장을 담기 위한 취재진 규모도 커졌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18일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8일간 내외신 취재진 등록을 받은 결과 국내 언론 168개사 1천975명 등 2천833명이, 외신 취재진은 34개국 180개 언론사에서 총 858명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당시보다 두 배에 이르는 숫자이며, 당시에는 방한하지 않았던 캐나다, 이란, 태국, 인도, 오스트리아 등 15개국 기자들도 합류하게 됐다고 준비위는 설명했다.

◆ 김 위원장의 당일 동선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의 장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의 동선을 미리 예상해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체로 회담 당일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도보로 넘어 남측 땅을 밟은 뒤 문 대통령과 악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게 되면 문 대통령과 감격적인 첫 악수를 하고, 평화의 집으로 함께 가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 종전 선언도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남북이 종전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이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에 대해 논의하더라도 종전선언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1953년 휴전체결 당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 장군, 북한군 최고 사령관 김정일,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평더화이가 서명했기 때문에 종전협의도 이 국가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종전선언에 상응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종전이라는 표현이 사용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남북 간에 적대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합의 같은 것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진행 상황이나 분위기로 미루어 짐작해보았을 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 예측이 나오고 있는 반면 2000년, 2007년 등 그동안 이뤄졌던 남북 정상회담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사례들을 감안한다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지금까지의 사례와는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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