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권위적 언행 및 갑질 행태로 인해 대한항공 직원들의 반격의 조짐이 속속 보이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이 있었던 4년 전과 달리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항하기 위해 직원들이 갑질 피해와 부당한 처우에 대한 제보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MBC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 따르면 한 승객이 공항에서 헤어스프레이를 빼앗겼는데 어떻게 처리할지 묻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지점장 월급으로 물어주라”는 댓글이 달렸고 작성자는 코드명 DDY, 조양호 회장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시 이 글을 본 한 직원은 “회장이 이런 것도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섬뜩했다”고 말했다.

그래픽_황규성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이에 기내면세품 처리 과정에서 난 손실을 승무원 사비로 매우도록 한 것을 놓고도 대한항공 직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최근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사라진 면세품 3백만 원어치를 직원들의 사비로 물어냈던 것도 직원들 사이에서 도마에 오른 것이다.

또한 앞서 전, 현직 직원들이 SNS를 통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고가의 물품을 대한항공 항공기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고 반입했다고 증언해 관세 회피 의혹과 더불어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자 이를 계기로 직원들은 익명으로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만들기까지 했다.

해당 제보방은 개설 나흘 만에 7백 명이 넘는 직원들이 모였고 직원들은 앞다퉈 사주 일가의 비리를 고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갑질에 피해를 입은 직원들의 보호 및 구제는 전례에 비춰볼 경우 ‘희박한 확률’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감돌았다.

4년 전 조현아 땅콩회항 사태 당시에도 갑질 행태에 맞서왔던 박창진 사무장의 용기 있는 행동은 결국 인사보복으로 이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유일하게 갑질에 대항했던 박창진 사무장은 ‘승무원 강등’이라는 인사 보복을 당하고 회사와 소송전을 벌이는 등 구제는커녕 심적 고통만을 겪어왔기에 대한항공 직원들의 전형적인 ‘을의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갑질 폭로’는 비록 익명이라 할지라도 갑질 근절 의지를 가져 반격에 착수한 셈이다.

그렇기에 보다 실효성 있는 ‘갑질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회사 대한항공은 지난 2016년 기준 재계 순위 13위에 등극해 한국 재벌 체계의 전형적 예로서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으나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을의 반격’에 추진력을 가하기 위해 4년 전 갑질 논란을 빚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임원 복귀를 막는 법 개정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는 상황인 지금, 대한항공에서 윤리경영, 정도경영이 이뤄졌다면 갑질 행태에 이은 필연적 형태인 ‘을의 반격’의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외형 키우기에 앞서 책임 있는 경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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