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모 휴먼네트웍크연구소 소장

<가장 짧은 편지, 가장 긴 편지>
편지[便紙]는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이다. 아마도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편지의 역사도 오래되었을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편지는 AD 100년경 로마시대 펠릭스 요새 사령관의 부인 클라우디아 세베라가 친구 술피키아 레피디나를 생일 파티에 초대하기 위해 보낸 편지로 알려져 있다.

“레피디나, 나는 네가 9월 11일에 우리를 방문해서 내 생일을 축하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그 날 네가 와준다면 나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할 거야”

무려 2,000여 년 전의 편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편지의 내용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편지는 프랑스의 유명작가 빅토르 위고와 출판업자 허스트가 주고받은 편지다.

당시 무명작가이던 빅토르 위고는 출판사에 “?”라는 물음표 하나만 적혀 있는 편지를 보냈는데 허스트는 이에 대해 “!” 느낌표 하나를 적어 답장을 보냈다. “이번에 출간한 내 책 반응이 어떤가? 잘 팔리고 있는가?”라는 빅토르 위고의 질문에 “매우 좋다. 잘 팔린다”라는 뜻의 대답이라고 한다.

일본 마루오카 마을에서는 1993년부터 매년 <가장 짧은 편지 쓰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제1회 대회의 주제는 <어머니>이었는데 “당신에게 ‘죽어’라고 말했던 그 때의 나를 죽이고 싶습니다.” “어머니, 죽지 마요. 괜찮다고 말할 때까지 죽지 마요.” 같은 편지들이 수상작에 올랐다.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긴 편지는 1875년 프랑스 파리의 화가 마르셀 레쿠르트가 애인 마드랜드에게 보낸 편지다. 특이하게도 그 편지에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je vous aime)’라는 문장 하나만 무려 187만 5천 번 적혀있는데 마르셀은 이 편지를 쓰기 위해 여러 명의 대서인까지 고용하였다. 매일같이 똑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쓰는 일에 지친 한 대서인이 마르셀에게 그 이유를 질문하였다.

「당신은 왜 이렇게 똑같은 문장만 반복되는 편지를 쓰는 겁니까?」그러자 마르셀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마드랜드는 귀머거리이기 때문에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한 번도 듣지 못했소. 지금까지 나는 그녀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오.」

이처럼 사람들은 편지로 사랑과 안부, 일과 관련된 용무를 주고받는다. 또한 편지는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은 귀양생활을 하는 동안 두 아들을 훈육하는데 편지를 활용하였다. 그는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대장부의 자세를 강조하였다. “아침에 햇빛을 받는 쪽은 저녁에 그늘이 빨리 들고, 일찍 핀 꽃은 먼저 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여라. 운명의 수레는 재빨리 구르며 잠시도 쉬지 않는다. 그 점을 기억하고 세상에 뜻이 있다면 잠시의 재난을 이기지 못해 청운의 뜻까지 꺾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편지는 산 사람뿐만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보내지기도 하였다. 1998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400년 된 무덤 속에서는 미라와 함께 편지 한 통이 발견되었다.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부인의 애틋한 사랑이 다음과 같이 편지에 구구절절하게 담겨져 있었다. ‘내 머리카락을 잘라 신을 삼았는데, 이 신을 신어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편지는 가끔 엉뚱한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번쯤 <행운의 편지>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서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중략>

편지는 사랑과 우정의 전령사이며 소통의 도구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종이에서 메일로, 메일에서 문자로 전달 방법이 변하고 있지만 편지를 주고받는 기본적인 정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또는 그리운 사람들에게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을 보내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면 그것이 곧 편지고 사랑이고 행복이다. 이제 곧 가을이다. 2012년이 가기 전에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편지를 보내보자. 나는 어머니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100만 번쯤 적힌 편지를 쓰고 싶다./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은
경희대 국문학과 졸업 후 SK텔레콤노동조합위원장, 도서출판 <목비> 대표, (주)블루웨일 대표, 한국기업교육협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작가, 청경장학회장, 머니투데이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청와대, 외교통상부, 삼성, 현대, 서울대, 전경련 등의 정부기관, 대기업, 대학에서 강의하였고 <SBS 일요스페셜>(SBS), <KBS 뉴스9>(KBS), <문화사색>(MBC), <직장학개론>(EBS), <김방희의 시사플러스>(KBS 라디오), <심현섭의 성공시대>(EBS 라디오) 등 다수의 언론방송에 출연하였다. 저서로는 <인간관계 맥을 짚어라>, <위대한 만남>, <중요한 것은 소통>, <상처는 나의 힘>, <물의 모양은 그릇이 좌우하고 사람의 운명은 인맥이 좌우한다> 등 20여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그 외에 <사람이 재산이다>, <인간관계 숨겨진 법칙 인맥>, <사람이 운명이다> 등의 강의 시디롬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