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86.5% 급감…업계, 브랜드 이미지 악화 여파로 풀이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남양유업(대표 이정인)이 대리점 ‘갑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갑질 사건에 다시 회자되며 야심차게 선보였던 신제품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0억 원이다. 이는 전년 1210억 원에 비해 90%나 감소한 금액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금액이 줄었다는 것은 현금창출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이처럼 둔화된 것은 지난해 실적과도 무관치 않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기준 1조 1670억 원으로 2016년에 비해 5.8%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51억 원으로 87.9% 급감했고, 순이익 역시 50억 원으로 86.5%나 쪼그라들었다.

▲ 자료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남양유업은 이에 대해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주력 제품이 분유 수출길이 막힌 데다 마케팅에 따른 판매관리비가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갑질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2956억 원으로 전년(2952억 원)과 거의 동일했다. 또 매출원가율도 같은 기간 72.8%에서 74.2%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은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해 불거진 프랜차이즈 갑질 사건 여파가 직간접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수익성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말까지 512억 원의 영업이익과 374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업계관계자는 “매일유업 역시 남양유업과 마찬가지로 유가공 부문의 수익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국내 유제품 시장이 축소되긴 했지만 매일유업이 호실적을 기록했던 걸 보면 남양유업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 실적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자료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실제 웹 빅데이터 활용도구인 소셜매트릭스에서 남양유업을 검색하면 ‘갑질’, ‘해고’, ‘불매운동’ 등 부정적인 키워드가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즉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여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남양유업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 초 부임한 이정인 대표의 경우 남양유업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입된 외부인사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출신인 이 대표는 기업경영 컨설팅과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즉 브랜드 이미지 악화에 따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 대표를 영입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남양유업은 올해 사업다각화보다는 발효유와 분유, 커피믹스 등 유제품 기반의 제품 출시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남양유업의 실적도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남양유업의 매출은 1조 1717억 원, 영업이익 242억 원, 순이익 223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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