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 제재·정치 상황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 추진내용 7년 만에 다시 포함돼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국제 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와 2010년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 이후 크게 위축된 바 있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이 한반도의 획기적 긴장 완화 국면 속에 수립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따라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정부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7년 만에 다시 포함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특히 남북이 지난 27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전환’을 추진하기로 전격 합의한 바 있기에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이 커다란 전기를 맞은 상황으로 향후 사업 추이가 주목된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 미사일·핵실험 도발 등으로 인도적 지원 급감했던 북한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핵실험 도발 등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 아래 급감한 상황이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으로 인한 빈곤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타판 미슈라 유엔개발계획(UNDP) 북한 상주 대표는 12일(현지시간) 평양에서 AFP통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UNDP는 지난해 북한 주민 430만명에게 식량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국제사회의 모금이 크게 줄면서 실제 도움을 받은 주민 수는 15.3%인 66만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미슈라 대표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매년 지원금이 줄어 지난해에는 인도적 프로그램을 위한 필요 자금 중 3분의 1만 모금됐다”라며 “또 긴급구호자금으로 1억 1100만 달러(약 1183억원)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슈라 대표는 “북한에 살고 있는 수백만 명의 일반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이 필수적인 생명줄”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을 빈곤으로 몰아갈 만큼 대북 지원이 급감했던 것은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 이후로,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일부 민간 지원 사업만이 작은 규모로 진행됐을 뿐 대북 지원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또한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거듭하며 도발 수위를 높여 오던 시점이었기에 남북 관계 경색은 더욱 심화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통일부가 지난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통해 800만 달러의 지원을 의결해놓고도 지원 시기를 고심하는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은 결정 시기를 놓고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이 커지자 크게 위축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남북 관계의 해빙 속에서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이다.

◆ 인권 기본 계획 초안 공개..정치 상황 별개로 추진

지난 27일 4.27 판문점 선언으로 인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이 채택된 가운데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29일 법무부는 이 같은 과제를 포함한 제 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2018~2022년 적용) 초안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 사업에 관한 내용은 노무현 정부가 수립한 제 1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07~2011)에 포함됐으나 제 2차 기본계획(2012~2016)에서는 천안함 사건 이후로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로 인해 관련 내용이 빠졌다.

그러나 이번 초안에는 7년 만에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 개선과 삶의 질 증진을 위해 인도적 차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해서 추진한다’며 위축됐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 영유아 및 임산부 등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 △ 말라리아 등 감염병 예방 지원 △ 산림 병충해 등 재해 공동대응 △ 보건의료분야 지원 등이 거론됐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농업 분야 등에서 개발 협력 추진을 검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 밖에도 정부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한 인도적 대북 지원을 활성화하고, 영유아 영양지원과 인구 총조사 사업과 관련한 국제기구의 북한 지원 사업에 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 인도적 지원에 철저한 검증 요구하는 목소리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계속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등 북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지하지만 이 같은 인도적 지원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북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접근에 관한 어려움으로 인해 분배의 투명성과 효율성 등에 대한 논란을 빚어왔다.

그간 국제 사회가 건넨 식량과 의료물품 등 인도적 지원 물품은 취약계층보다 핵심계층으로 흘러갔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도적 지원의 수혜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분배 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등 역할이 가능한 상황에서 대북 지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북 지원의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인도적 지원의 명분이 무색해질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정권과 핵심계층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또한 당국 차원의 대북 지원은 어디까지나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 분배의 투명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전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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