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그 후속 조치들이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북한이 현재의 표준시인 ‘평양시간’을 한국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우리 군 당국은 다음 달 1일부터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DMZ 병력 철수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설정 등을 위한 군사회담도 5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 5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던 한미정상회담도 더 당겨질 전망이다. 이렇게 남북정상회담 이후 후속 작업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남북 경협 논의도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 북한 평양 표준시, 서울 표준에 맞추기로...군사회담 등 각종 회담도 5월 중에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들이 속도전을 보이고 있다.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북한 측이다. 북한이 평양 표준시를 한국 표준시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30인 오늘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표준시를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동경시(서울 표준시와 동일)에 맞출 것이라는 ‘평양시간 고침에 대하여’라는 결정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5월 5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표준시 변경이 남북 간에 서면으로 합의된 사항이 아닌 구두로 합의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발표한 것은 남북 합의 이행의지를 보려주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민족 동질성 회복이라는 상징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 뿐 아니라 차후 단일 경제권이 이뤄졌을 경우 불필요한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우리 군 당국은 내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부분도 역시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 차원이다. 남북 정상은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의 일환으로 5월1일부터 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를 멈추고 그 수단을 없애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렇게 MDL 일대의 확성기를 철수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북방한계선(NLL)의 평화수역 설정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인 평화지대화 △ 남북교류의 군사적 보장 △단계적 군축 분야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장성급 군사회담이 5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군사회담 뿐만 아니라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도 5월 중에 열릴 예정이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6.15 공동기념행사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 8월에 있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를 위한 체육회담 등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이렇게 남북간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후속 조치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북미정상회담도 당초 예정일인 5월말, 6월초보다 빠른 5월 중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할 한미정상회담도 당초 5월 중순에서 초순으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 남북경협 논의 속도로 빨라져..문제는 비용

전 세계의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이지만 남과 북 사이에서는 군사적 긴장완화 이외에도 남북경제협력이 공동의 관심분야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도 ‘남과 북은 민족 경제 균형 발전과 공동 번영을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일차적으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남북 경협은 대북 재재가 풀린 이후에 가능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당초보다 빨라질 예정이어서 남북 경협 논의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남북 공동번영의 한반도 신경제구축’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동해안과 서해안, 남북 접경지역을 ‘H’자 모양의 산업벨트로 묶는 것이다. 동해안과 북한의 금강산·원산·단천·천진·나진을 ‘에너지 자원 벨트’로, 남한의 수도권과 북한 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한 ‘산업·물류·교통벨트’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철도, 도로 등의 인프라는 유엔 등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어서 국토교통부는 벌써부터 후속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초 통일에 대비한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을 마련한 바 있다. 통일 전에 약 37조8000억 원을 들여 북한 내 7개 노선을 개량 및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즉 신의주와 서울 사이에 기존 경의선 노선과 별개로 최고 시속 350km의 고속철을 놓고, 기존 경의선과 평라선(평양~나진), 강원선(평강~고원), 함북선(청진~나진) 등의 노선은 최고 시속 100km로 운행이 가능하도록 개량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경의선 개량이 가장 먼저 추진될 수 있으며, 동해선 강원 고성군 제진역~강릉역 구간도 남측에서만 공사를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유엔 제재 해제와 무관하게 진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철도와 도로 연결, 경제특구 건설 등의 남북경제협력 업무를 맡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방안을 국토부는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비용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고속철도 건설에만 최소 10조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건설교통부는 교통 등 인프라 재건에다 경제특구 개발 등에 나설 경우 10년 간 최대 270조원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대외경제협력기금을 투입하거나 한반도인프라개발은행(가칭)을 설립하는 방안, 중국·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진행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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