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살인 주범 징역 20년. 다른 한 명은 공범관계 아니라는 판단 하에 13년으로 감형돼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작년 사회적 충격을 몰고 온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인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살인방조죄로 감형을 받자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30일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의 2심 판결이 나왔으나 당초 나온 1심 판결과는 꽤 달라졌다.

실제 살인을 한 주범은 1심과 똑같이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으나 다른 한 명은 공범 관계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 하에 형이 무기징역에서 13년으로 감형됐다.

살인 공모가 아닌 살인방조죄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대폭 감형된 형량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항소심 판결을 무효로 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 ‘캐릭터 상황극’ 심취해..게임 상황 같았던 잔혹 살인 사건 전말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피의자가 감형을 받은 가운데 과거 이들의 살인 배경이 재조명되고 있다.

SBS 대표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박양과 김양의 관계에 주목했다.

방송에서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분석했고, 캐릭터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해 만나게 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캐릭터 커뮤니티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이 직접 가상현실을 창작하고, 이에 참여하는 개개인은 캐릭터로서 활동하거나 지령을 수행하는 등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배경이 되는 영화나 게임, 만화 등은 고어물과 폭력적 성향을 띄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지적됐고,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인해 캐릭터 커뮤니티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실제 재판에 따르면 김양은 박양이 신체 일부를 소장하는 습관이 있고 자신에게 살해된 초등학생의 시신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한 방송에서는 이들이 잔혹한 작품을 즐겨봤고, 사체에 대해 ‘손 부드럽냐’, ‘손가락이 예쁘다’, ‘사냥하러 간다’ 등의 대화가 오간 것을 공개해 두 사람의 범죄 공모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가상의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해 마치 자신인 것처럼 행동하고 상황극을 하는 등 가상 상황에 극도의 몰입을 했기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분석도 있었다.

범죄 심리 전문가 사이에서도 게임 세계와 가상현실 몰입이 성장기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실제 미국 내에서도 9세 소년이 게임 도중 가상현실에 몰입해 누나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기에 게임세계와 가상현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살인 공모 혐의 적용되지 않아 감형된 형량..‘살인방조죄’ 뭐길래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며 김 양에게 징역 20년, 박 양에게는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김 양에게는 살인 혐의를 인정해 1심 형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살인 공모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박 양이 김 양에게 살인을 지시했다고 본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평소 두 사람의 대화나 행동에 비춰보면 김 양이 박 양에게 복종하는 관계가 아니고, 두 사람이 살인을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어 100% 모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서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한 김 양이 재판과정에서 박 양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을 바꿨는데, 이를 자신의 형을 감형받기 위해 과장해서 진술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박 양에게는 김 양의 범행을 사전에 인식한 살인방조죄를 적용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김 양이 범행 의사를 강화하는 데는 박 양의 역할이 있었다고 거론되고 있어 공모 관계의 판단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인방조죄는 사람의 죽음을 방조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죄다.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구호조치가 없거나 책임 있는 직위나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방조했다면 살인을 방조한 죄로 처벌하는 법이다.

지난 2004년 대법원에서는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퇴원을 허락할 경우 살인방조죄에 해당한다는 첫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살인방조죄는 형법에 따라 살인을 방조한 사람은 종범으로 처벌하며,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인 살인죄 처벌(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감경해 처벌을 받는다.

◆ “항소심 무효”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공범 감형에 분노한 여론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형량이 무기 징역에서 13년으로 감형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항소심 판결을 무효로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한 형량 완화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재점화되고 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전날 선고된 항소심 판결을 무효로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현재 청원인은 2500여명에 달한다.

청원인에 따르면 “사형이 나와도 집행이 되지 않는 나라에서 그래도 무기징역이라도 해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징역 13년으로 감형에 공범으로 볼 수 없다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도 본보기가 필요하다. 이런 판례가 만들어진다면 돈만 있으면 사람 죽여도 괜찮다는 것밖에 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법원에서는 징역형에 상한이 없다. 그래서 범죄의 유무와 성격에 따라 몇천년씩도 나온다. 사형은 안 되는 이유가 인권이라면 피해자들의 인권은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청원 게시판에는 항소심 재판부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요청의 게시글도 수십 건에 달했다.

포털사이트 및 SNS에서 공유되는 댓글에 따르면 ‘실효성 없는 소년법 당장 폐지하고 무기 징역 추진하라(buty***)’, ‘억울하게 죽은 소녀의 인권은 보장도 안 해주는 건가(kayg****)’ 등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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