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고 있다. 우선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이 4일인 오늘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완전화 비핵화가 점차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 북, 핵 전면폐기 의사 밝혀

미국 CBS는 2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으로부터 북한이 핵실험장에서 전선을 철거하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핵실험장 폐쇄의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북한의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위치한 곳으로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한 바 있다. 여기에는 핵실험을 위한 갱도가 총 4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폐쇄 됐고, 다른 하나는 붕괴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개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기존 핵실험 시설보다 훨씬 크고 건재하다”고 밝히면서 “이곳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을 초청해 폐쇄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선언처럼 본격적인 핵실험장 폐쇄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인데,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협의에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핵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 신문은 3일, “북한은 핵무기 시찰에도 응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폐기할 의향”이라고 보도하면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당국자와 미국 핵전문가 등 3명이 지난 4월 하순부터 1주일 남짓 방문했다”고도 덧붙였다. 더불어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한 비핵화 조치를 진행하도록 IAEA와 조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도 석방할 듯

북한은 핵실험장 폐쇄 뿐만 아니라 미국인 억류자 석방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정부가 북한 노동교화소로부터 3명의 인질을 석방하라고 오랫동안 요청해왔으나 소용이 없었다. 계속 주목하라,”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이 트위터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억류자 석방과 관련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등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졌다. 목사인 김동철씨는 2005년 10월 간첩협의로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고, 김상덕씨는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4월 평양과학기술대에서 한 달 간 강의 한 후 출국하던 길에 간첩 및 적대행위로 체포되었다. 김학송씨의 경우 김상덕씨와 같은 대학에서 농업기술 보급 활동을 하다가 반국가 적대행위를 했다며 지난해 5월 체포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석방과 관련한 트위터에 글을 남긴 2일, 아사히 신문도 이들이 최근 북한 노동교화소에서 풀려나 평양의 모 호텔로 옮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핵실험장 폐기와 더불어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이고, 앞서 있었던 북미간 물밑 작업의 성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보도한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3월말~ 4월초 비밀리에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과의 회담에서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이미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가시적인 성과에도 북미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있어

사전 물밑 작업만으로도 핵실험장 폐기와 북한 억류자 석방 등 여러 성과들이 나오면서 실제 북미회담에서는 더 많은 가시적 성과가 있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대북경제협력사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북 제재가 풀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북경제협력 사업들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음에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핵실험장 폐쇄를 실행하는 ‘기간’과 이를 통해 받을 ‘보상’에 대해서는 북미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단기간,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1년 초까지 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조치를 끝내길 원하고 있지만, 북한은 체제보장, 북-미 국교 정상화, 경제재재 완화 등을 요구하면서 각 단계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미 전문가들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초보적인 성공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일부 성공하더라도 큰 위험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발표할 선언은 남북 ‘판문점 선언’과 유사할 것이며,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 등 원칙적인 내용만 담기고 세부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행보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법은 아닌지, 심지어 그들이 트럼프 정권이 끝날 때까지 사안을 끌어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의 기대처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고 전면 핵폐기에 나설 것인지, 시간을 두고 해결해 가면서 그의 따른 보상을 지속적으로 원할 것인지 북한의 속내는 온전히 읽어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지난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와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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