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부진이 원인, 김원 회장 제외한 오너 3세 계열사로 자리 옮긴 배경으로 분석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일반에 ‘큐원’ 브랜드로 잘 알려진 삼양홀딩스(회장 김윤)가 외형확장에도 불구하고 외상판매 누적으로 영업을 통해 현금을 벌어들이기는커녕 까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캐쉬카우 역할을 해왔던 계열사 삼양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양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2조 3963억 원의 매출과 9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9.9% 감소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651억 원에서 672억 원으로 3.1% 증가했다.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삼양사 등 주요계열사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원가율이 82.4%로 2016년에 비해 1.9%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면 영업이익이 줄었음에도 순이익이 늘어난 건 지분법 이익이 증가해서다. 대표적으로 SK케미칼과 합작해 설립한 휴비스만 해도 지분법 이익이 지난해 977억 원으로 전년보다 5.6% 늘어났다.

▲ 자료:금융감독원

삼양홀딩스가 이처럼 외형성장과 함께 양질의 회사에 투자해 내실다지기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전무했다. 지난해 삼양홀딩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7억 원이었다. 즉 기업 활동을 통해 실제로 현금을 벌어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플러스(+) 흐름을 보였던 삼양홀딩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는 외상판매(매출채권)가 꾸준히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삼양홀딩스의 매출채권 잔고는 2015년 말 2320억 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780억 원으로 3년 새 24%나 증가했다. 거래처에 외상으로 판매한 제품 금액이 증가하다 보니 현금이 사실상 유입되지 않았던 것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외상판매가 늘면서 재고자산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5년 2568억 원에 불과했던 재고자산이 2016년 2656억 원으로 불어난데 이어 2017년 2836억 원으로 최근 3년 간 연평균 5.1%씩 증가했다. 이로 인해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도 지난해 36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4% 증가해 부담이 가중됐다.

때문에 삼양홀딩스에 터를 잡았던 오너 일가 3세 경영인 가운데 김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인(김량 부회장, 김원 부회장, 김정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위해 삼양사와 삼양패키징 등 주요계열사로 적을 옮겼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관계자는 “삼양그룹의 캐시카우인 삼양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다 보니 7년여 간 이어졌던 동거를 청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 일가가 회사를 맡으면 아무래도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만큼 삼양홀딩스의 경영효율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원 부회장과 김량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삼양사의 매출은 지난해 2조 412억 원으로 전년보다 2% 늘었으나 영업이익(889억 원)과 순이익(492억 원)이 각각 39.7%, 51.4%씩 줄었다. 반대로 김정 부회장이 맡게 된 삼양패키징은 2016년에 비해 매출(3334억 원) 7.5%, 영업이익(427억 원) 4.1%, 순이익(279억 원) 15.4% 증가했다.

한편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은 고(故) 김상홍 명예회장의 아들이고, 김원 부회장과 김정 부회장은 김상하 회장 아들이다. 또 고(故) 김상홍 명예회장은 고(故) 김연수 창업주의 장남이고, 김상하 회장은 차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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