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투데이 이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이란은 물론 2015년 협정에 공동 선언했던 유럽 동맹국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 유가의 급등도 전망되는 등 국제 정세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 이란 핵 협정 탈퇴, 경제 제재도 가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미국은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핵 협정은 절대로 이뤄지지 말았어야 할 끔찍하고 일방적인 거래였다”며 “그것은 안정을 가져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핵 협정 탈퇴가 미국을 훨씬 더 안전하게 해 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란 핵협정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시절,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이 맺은 협정으로,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 재재를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협정이 이란의 핵 개발을 2030년까지만 금지하고 있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는 장치가 없다며 파기를 공언해 왔다.

그리고는 새로운 협상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고수의 뜻을 밝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이 직접 나서 협정을 유지하되 일부 내용을 개정하는 절충안 마련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미국은 탈퇴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 탈퇴와 더불어 이란에 대해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그동안 중단했던 이란 제재를 90일과 18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대로 재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이란의 원유 부문과 중앙은행 거래도 제재에 포함되며, 이란으로의 항공기 수출, 이란 금속 거래, 미국 달러를 획득하려는 이란의 노력도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이란에 경제 제재를 하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에 ‘세컨더리 제재’(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들도 제재하는 것)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균열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응징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과거 미국이 쿠바 거래 기업들에 대해 세컨더리 제재를 추진하자 유럽연합(EU)이 WTO에 제소하며 미국과 대립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란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하더라도 유럽과 연대해 핵 합의를 유지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미국과 유럽·이란의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 북한을 향한 경고?

미국이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함으로써 중동지역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이번에 이란 핵 협정 파기를 시도한 것은 북한에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도 이란 핵 협정 탈퇴 선언을 북한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5년 7월에 체결된 이란 핵 협정을 3년 만에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북한 역시 미국이 언젠가는 입맛에 따라 합의 변경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의심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오히려 북핵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는 이달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또 한편에서는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파기가 진작부터 예고된 상황에서 북핵 협상이 진행돼 왔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측면에서 그들이 이를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자신이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국제 유가 더 상승할 듯

북미정상회담에 미국 이란 핵 협정 탈퇴가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인 상태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산유국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게 되면 원유 공급이 축소될 수 있어 국제 유가 상승 요인이 된다.

실제로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배럴당 7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트럼프의 탈퇴 선언 당일에는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일정 유예 기간 설정이 국제유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는 풀이인데, 앞으로 80달러 선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의 수출 물량인 260만 배럴 가운데 35만~50만 배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이란 제재로 유가가 현 수준보다 배럴당 7달러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는 국제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동 지역 갈등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동맹국간의 갈등이 예상되며, 국제원유시장에서는 지속적인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비핵화를 의제로 다룰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 국제 정세는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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