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정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향방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결정된다.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놓고 열리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갖기로 최종 합의했기 때문이다. 또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두 번째 방북을 통해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세부조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매우 성공적인 합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 왜 싱가포르인가?

북미회담 시간과 장소가 알려진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매우 고대하던 김정은과 나의 회담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한때 판문점도 논의 대상이었으나 회담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 대한 부담으로 트럼프 행정부내 주요 인사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평양, 몽골, 유럽 등 여러 장소가 거론됐지만 상가포르로 최종 낙점이 된 것은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중립적 성격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싱가포르는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고 북한 대사관이 위치하며, 아시아권 제 3국 외교를 자주 원활히 진행한 바 있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5년 시진핑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적 있다. 그에 앞서 2009년 한국의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비밀 접촉을 한 장소이기도 하고, 2015년 북한 외무성 부상과 미국 전직 관리들이 비공식회담을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후된 전용기가 장거리 비행에 제약이 있어 이를 해결할 최적의 장소가 싱가포르라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는 이론적으로는 최대 비행거리가 6천마일(9천654km)이지만 장거리 비행을 해 본적이 없어서 평양에서 5천km 가량 떨어진 싱가포르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싱가포르 특유의 중립적 성격과 북미 정상의 이동, 신변 안전·경호, 국제회의 경험, 언론의 접근성 등에서 최적지로 꼽혔다.

◆ 한반도 비핵화 시대 열리나

6월에 있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얼마큼 이뤄졌는가가 무엇보다 큰 관심사다. 지난 9일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재회동을 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조선중앙통신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인 문제들과 그에 해당한 절차와 방법들이 심도있게 논의됐다”며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토의한 문제에 대해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보도했다. 물론 폼페이오 장관도 “북측 인사들과 마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생산적이면서도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봤을 때, 미국은 그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행동’을 통해 체제 보장을 주장해 왔는데 각자의 요구가 어느 정도 충족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CVID를 하려면 비핵화 대상, 검증 등 아주 세부적인 논의까지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비핵화 관련해서 방향 정도만 합의하고 다음에 한번 더 만나 추가적인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실제로도 비핵화에 대한 세부항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핵 의심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미 사찰단의 특별사찰 허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 운반수단 폐기, 핵실험장 폐쇄 및 핵물질 반출, 핵개발 데이터 폐기, 핵 개발 기술자들의 이전,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탄도미사일 기술에 기반한 인공위성 발사 금지 등 ‘비핵화 검증’에 대한 구체적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경우 미측의 단독제재 완화 및 해소, 단계적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완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해제, 북한 내 인프라 건설 지원 및 경제 지원, 주한미군 전략자산의 단계적 철수, 북미관계 정상화 및 불가침 약속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핵 데이터 폐기와 인공위성 발사, 단계적 제재 완화, 전략자산 철수 부분에서는 의견 차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주한 미군 문제에 대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과 협상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만약 북한과 협상 중에 이 문제가 제기된다면 한국과 미국 동맹국 간에 논의할 수 있다면서 “그것은 한국 정부와 국민, 그리고 미국 정부의 주권 결정이지 초기 협상에서 테이블에 오를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의견 대립이 큰 부분을 제외하고 미국은 핵 폐기 속도와 범위, 검증 수준에 대한 동의를 북한으로부터 받았을 것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가 있는 2020년 11월까지 미국이 요구한 완전하고 영구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북한이 따르겠다는 답을 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리고 북한은 안전 위협 해소와 경제 발전 등 두 가지 차원에서 부족하지 않은 보상 방안을 약속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앞으로 한달 여 후에 밝혀진다. 미국과 북한 모두 ‘만족할 만한 합의’를 했다고 말한 만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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