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시영아파트재건축(조합장 서정원)에 또 빨간불이 켜졌다. 조합은 지난달 24일 시공자와의 계약무효 판정을 받은 후 8월 25일 조합원 총회를 예고했다. 그런데 이를 부결시키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고덕시영조합은 지난해 11월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공사계약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조합원 중 14명은 부당한 계약이라 판단해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소를 제기 했고, 7월24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의결정족수의 부족’으로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계약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고덕시영아파트재건축조합은 오는 25일 오후2시에 배제고강당에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총회는 사업시행변경총회다. 그리고 안건에는 ‘도급금액 및 공사계약서(안) 승인의 건’이 포함돼있다. 즉, 무효 된 시공자와의 계약 건이 올라와있는 것이다.

조합관계자는 “시공사계약이 무효가 된 이유는 의결정족수 때문이므로 이번총회 때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덕시영 22호 소식지에 실린 조합장의 사과문에도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조합은 ‘소송으로 기체결된 공사계약서가 무효 되는 등 얻는 게 없다는 입장표명과 함께 선이주를 한 지금 빠른 재건축사업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조합과의 생각이 다르다. 고덕시영조합원 카페에서는 현재 총회부결을 하기위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조합원들의 돈을 모아 조합의 재건축을 바르게 인도하겠다는 명분도 확실하다.

조합원 A씨는 “지난해 체결된 계약에 문제가 있어서 무효소송을 한 건데 그걸 그대로 안건에 넣고 총회에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맞추라는 건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지난해 열린 총회책자에 ‘시영아파트’가 ‘시양아파트’라는 오타가 있는데 이번 총회책자도 지난해와 오타까지 똑같다”며 속상함을 내비쳤다.

이번 소송의 법원판결문을 보면 ‘물가변동 등의 건축경기의 상황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약 2배 가까이 증가 한 규모의 사업비 변경은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의결정족수가 3분의2이상이 돼야 한다’는 이유로 조합원이 승소했다.

공사비는 증가할 수 있다. 시공사의 공사기법이 발달하고 계약을 체결한지도 오래됐기 때문이다.

조합장도 사과문에 ‘(이번소송으로)실익없이 반대만을 주장하는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입니까?…(중략) 기존시공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까?’라는 내용을 실었다. 시공자선정을 해지하면 사업지연은 물론 이자부담도 높아 조합원들에게 여러모로 불리하다.

이에 한 조합원은 “답답하다. 잘 모르는 조합원한테 의결정족수만 맞추라고 하고 설명도 안해준다. 고덕시영 조합원은 조합과 논의하고 협의하는 것을 원한다”며 “시공자해지는 시공사와 계약 협상할 시 유일한 무기일 뿐이다. 시공사를 해지하겠다는 건 조합원들이 바라는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법원판결문처럼 사업비 증가 때문도 아니다. 물론 사업비가 현저히 증가해서 승소했지만 조합원은 사업비용이 증가된 것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합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소송으로 반대의 입장을 드러낸 조합원들은 이번 총회도 부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합사무실의 한 상근임원은 “이번총회에서 시공사 계약과는 상관없다. 그냥 의결정족수만 맞추면 되는 총회라서 시공사와의 협상 같은걸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소송에 참여했던 한 조합원은 “지난해 체결한 계약서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반대하고 소송한 것인데, 무효가 됐으면 다시 협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조합원들이 이주이자를 감안하면서까지 감행한 소송이다. 계약서에 대한 협상을 조합에서 해주길 바란다. 최소한 조합원들이 계약서의 어떤 부분을 협상하기 바라는지 의견을 들어봐 줬으면 좋겠다. 다만 한두 개 조항이라도 고치고 협상하는 시늉이라도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한다”며 사업에 방해된 조합원의 의견을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리웍스 리포트ㅣ신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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