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 있는 북미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북의 잇단 약속 위반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의 북미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경고, 그리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향한 원색 비난이 그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전격 취소하겠다고 밝힌 7시간 후에 김계관 부상은 담화를 통해 “마주 앉아 해결”하자며 회유에 나섰다. 과연 북미정상회담은 향방은 어떻게 될까?

◆ 회담 취소의 결정적 이유는 원색적 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내달 12일에 있을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공개서한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냈다. 이 공개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회담에 당신이 보여준 시간과 인내, 노력에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당신과 함께 그곳에 있길 매우 고대했지만, 애석하게도 당신들의 가장 최근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기반하여,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계획돼 온 이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는 최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 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발언이 취소이유였음이 드러났다. 특히 백악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인내의 한계’였으며 정상회담을 취소하게끔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희 외무상이 발언이 북미 회담 취소하게 된 결정적이 이유라는 것이다.

최선희 외무상은 24일 담화를 통해 미국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얼뜨기”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 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공격한 바 있다.

◆ 北의 잇따른 약속 위반도 이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취소한 배경에는 북의 펜스 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결정적 이유로 드러났지만 이외에도 북이 약속한 실무회담장에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태도도 한 몫 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회담을 위한 싱가포르 예비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리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9일 방북했을 때, 양측은 지난 주에 싱가포르에서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북한 아무 말도 나타나지 않있다. 북한은 우리를 바람 맞혔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수많은 연락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이 같은 대화 중단은 심각한 신뢰 부족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전문가를 초청하겠다고 미국에 약속하고서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다시 미국을 회유하는 北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이 발표된 이후 7시간 만에 북한이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강경한 반응을 예측했으나 의외로 미국을 회유하며 저자세로 나선 것이다. “회담을 재고려하겠다”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북한 측 인사의 강경한 비난은 “조미 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해 의연 높이 평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또한 “우리 국무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 최근 북핵 모델로 새로 등장한 ‘트럼프 방식’에 대해 “은근히 기대했다”면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 의지 보인 것

북한이 의외의 태도로 나온 것은 북한 미래를 위해 북미 회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반세기가 넘게 대결해 왔기 때문에 대화에 나서면서도 서로에 대한 불신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당초 자신들의 방식으로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려는 심산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회담 전격 취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저자세로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는 곧 비핵화와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협상국면이 되면 늘 해오던 방식으로 돌발 강경책을 썼던 북한으로서는 판단착오였음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한 것은 잘한 판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수석 고문은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서로 매우 다른 방식으로 회담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싱가포르에 와서 협상하는 것인데,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뭔가를 협상하고 싱가포르에 와서 사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하향적 협상 또는 협상과정을 길게 늘리는 데 관심이 있다. 반면 미국 측은 신속하며 오래 끌지 않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렇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과 다르게 접근하는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뜻대로 가기 위해 어린아이들이 하는 ‘떼쓰듯’ 하는 북한의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북한도 체제를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까지의 외교방식과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비록 다음 달 북미 회담은 취소한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대화의 문은 열어 두었기에 언제든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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