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지난 26일 깜짝 재회했다. 25일 김 위원장은 일체의 형식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했고 문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해서 이른바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이로써 꺼져가는 북미회담 불씨도 살릴 수 있게 됐고,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게 됐다.

◆ 격의없는 남북정상회담, 김 위원장 제안으로 이뤄져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특별한 형식없이 진행된 5.26 남북정상회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열리게 됐다. 북미회담이 절실했던 북한으로서는 대회의지가 있다고 피력했고, 문 대통령의 중재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제안이 있었고, 깜짝 회담인 만큼 극도의 보안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남북은 정상간 핫라인 외에도 소통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간의 경로”라고 말했다. 또한 “25일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상이라며 격의없는 소통방식을 제시했고, 장관들과 협의 후 대통령께서 승낙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깜짝 회담인 만큼 북측의 제안, 정부 협의, 실무 준비에 이어 정상회담까지 걸린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했다.

이번 회담에 대한 보도는 27일 문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 대해 “마음이 더 가까워지고 모아지고, 평양과 서울이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 마무리 발언에서 “과거에는 남북 정상들이 마주 앉으려면 아주 긴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렇게 연락해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평가했다.

◆ 다음 달, 1일 남북 고위급회담 열린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전격 만남 이후, 북한의 중지로 취소됐던 남북 고위급회담도 이어가기로 했다. 27일 문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한 “고위급 회담에 이어 군사 당국자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시한이 정해진 남북 행사들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6.15 남북공동행사와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등이 해당되며,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단일팀과 공동입장 문제도 서로 논의할 사인이다. 따라서 고위급 회담 이후에는 적십자·체육·철도회담 등 실무급 회담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미 회담 이후에 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군사회담이 우선 열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당초 남북의 장성급 군사회담이 5월 중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것처럼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인 해소’를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도 시급한 부분이다. 적십자 회담 후 이산가족 상봉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상봉자 명단 확인들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북미 회담 이후 개최될 것을 감안한다면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빨라야 8.15 광복절, 또는 추석 상봉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는 밝혔다.

◆ 북미 실무 회담 ‘통일각’에서 열리고 있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만남이 성사된 후 북미 회담도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과 CNN 방송 등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북미 정상회담 사전 준비 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측 관계자들과 만나기 위해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돌발 강경책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서한 형식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했고, 북한은 다시 저자세를 보이며 대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뭍밑 접촉을 통해 실무회담 일정을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는 남북 정상회담이 제 2차 회담을 하기 전에 이미 1차 실무회담 일정을 결정했으며,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비핵화 방법인 ‘트럼프 모델’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확인하고자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북미 실무회담은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등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리고, 실행계획(의전·경호·보안)에 대한 실무 회담은 주중에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북미가 서로 견해차로 회담 일정이 한번 어그러진 후 다시 북미정상 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급속하고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에는 문 대통령의 중재의 노력이 있었다. 다시 한번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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