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남방정책] 문재인 정부는 기존 주변 4국에 집중돼 있는 외교 정책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펴고 있다. 그 가운데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들과 교역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인데,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을 순방하기도 했다. 문 정부의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금융권들의 아세안 국가들로의 진출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 동남아 지역에 국내 은행 점포와 자산 늘어

최근 시중은행장들이 동남아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동남아 시장을 향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185개로 전년 말 대비 7개 늘었다. 수출입은행이 2개 사무소를 폐쇄한 사실을 감안하면 시중은행 점포는 2년간 9개를 새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은행들의 활발한 진출로 해외 자산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전년 말 대비 21.2% 증가했고, 베트남은 18.9% 홍콩이 12.2%, 중국이 12.1% 늘어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의 자산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은행 외에도 국내 금융회사 해외 점포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17 국내 금융회사 해외진출 동향 및 재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는 현재 43개국의 431개이다. 이는 2016년 말 407개 대비 24개가 늘어난 수치이다. 여기에는 은행 185개를 비롯해 금융투자,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금융지주사가 포함돼 있다.

◆ 아세안 지역의 매력은 높은 성장 잠재력

국내 금융회사들이 아세안과 인도 등 동남아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는 데는 이 지역의 수익성과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1%인데 비해 필리핀의 경제성장률은 연 6.7% 수준이며, 인도네시아도 지난 30년간 4.2%를 기록했다.

또한 이 지역은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 잠재력이 큰 데도 선진국에 비해 금융시장은 덜 발달해 금리가 높아 수익성이 좋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유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이 지역의 인구도 향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증가는 내수 증가로 이어지고, 꾸준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세안은 2020년 4억 명의 중산층을 보유한 거대 내수시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아세안과 인도 등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것도 금융회사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에 이은 제 2의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고, 캄보디아와 미얀마도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도에는 현대 자동차, LG전자 등이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렇게 아세안은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 발전 속도는 더딘 편이어서 한국 특유의 빠른 금융서비스가 현지에서는 충분히 각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 국내 은행들의 해외 성공 전략, “핀테크에 달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정책에 맞춰 국내 시중들이 동남아 진출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해외 진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작정 많은 나라로 진출하기 보다는 1~2개국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25일 한국금융연구권과 한국국제금융학회가 공동주최한 ‘금융국제화의 현황와 과제’ 심포지움에서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진출은 중장기적 투자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들은 해외진출시 중장기적 비전이 특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국내은행의 한정된 자본과 단일국가 진입을 위한 높은 고정비용을 고려하면 해외영업은 1~2개 국가를 선택해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성공사례를 도출한 후 주변국으로 조금씩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한 사례로 말레이시아 최대 투자은행인 CIMB의 경우 문화적 유사성을 우선 고려하여 싱가포르와 경제적 교류가 왕성함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금융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에 우선 집중했고 이후에는 종교적 유대관계가 있는 중동시장 진출에 나섰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슬람 국가는 잘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 전략을 수립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국내 은행들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핀테크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싱가포르 DBS은행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IT기술 강화에만 4조원을 투자해 인도와 인도네시아 시장에 모바일 전문 은행인 ‘Digi Bank’를 출범시켰고, 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IT 하드웨어 기술에 비해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 면에서는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핀테크 역량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맞물려 국내 금융사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세안과 인도 등으로 활발한 진출을 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수준”이라는 나이스 신용평가의 분석을 봤을 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위축 가능성 등 불확실성 요인, 유가 상승 등의 ‘리스크’ 부분도 세심하게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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