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미국과 중국이 지난 17일과 18일 2차 협상을 갖고 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하는 등 공동성명 도출에 성공하며 무역전쟁이 끝나는 듯싶었다. 이는 북미 회담을 위한 휴전이라는 평가가 있었고, 미국의 의도대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다시 무역전쟁을 재개했다. 중국 첨단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외에도 미국은 철강을 두고 EU와 관세 담판을 앞두고 있고,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는 등 끊임없는 무역 딴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등하는 등 미국 내 관세 역풍 조짐도 만만치 않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 美, 다음달 15일부터 중국 첨단기술 품목에 관세 부과하기로

미국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수입하는 첨단기술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을 실행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관세가 부과되는 구체적인 품목은 다음 달 15일 공표될 예정이지만 대체로 고성능 의료기기·바이오 신약 기술 및 제약 원료 물질·산업 로봇·통신 장비·첨단 화학제품·항공우주·해양 엔지니어링·전기차 등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지 열흘 만에 이를 깨고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자 중국은 크게 반발하면서 “미국 이번 조치는 2차 협상에서 합의한 사항과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합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이 합의를 먼저 깼다”고 비판했다. 또한 “중국은 인민의 이익과 국가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미국 ‘관세 보류’ 합의를 깬 이유

지난 17일~18일 제2차 미중 무역협상을 한 이틀 뒤인 20일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양국 간 무역전쟁 중지와 상호 관세부과 계획 보류 합의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열흘 만에 관세 보류 합의를 깬 이유는 강경파와 협상파와의 충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므누신 장관이 ‘관세 보류 합의’를 주장한 데 비해 대중(對中)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발언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니까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국 정부 내에서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았음에도 미국이 중국과 굳이 무역전쟁을 치르는 이유는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 10대 핵심산업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중국의 첨단 기술 품목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고 기술 이전을 막아 장기적으로 미국의 안보와 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과 미국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지적 재산권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UTSR이 지난 3월 23일 중국의 기술 이전 요구 등을 WTO에 제소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재개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다시 긴장 상태로 돌아섰다.

◆ EU와도 무역 전쟁 예고한 미국, 오늘 철강관세 최종 담판

미국이 지난 4월 30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승인하면서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부과 시기를 1개월 유예했다. 이에 따라 EU에 대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유예는 이번 주말에 종료되기 때문에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월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오늘(30일) 프랑스 파리에서 담판을 벌인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EU는 관세 유예가 끝난 뒤에도 관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지만 미국은 각국이 쿼터제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경우에만 관세면제를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해서 관세 면제를 받은 것인데, EU측은 수출 물량 할당이 불법이라며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과잉생산의 근본 원인이 중국에 있는데, 이를 외면하며 부당하게 동맹국인 EU를 처벌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협상에 나선 말름스트룀 집행위원도 이번 최종 협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EU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시장을 더 개방하겠다고 제안하더라도 미국이 관세를 철회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힌 것이다.

만약 이번 협상으로 관세 면제가 되지 않는다면 EU도 28억 유로(3조 5천억 원) 규모의 미국산 수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예고하고 있어 또 하나의 미국 발 무역전쟁이 도사리고 있다.

◆ 미국 발 무역전쟁으로 캐나다도 철강제품 반덤핑 조사 착수

미국 발 무역전쟁은 미국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또 다른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캐나다도 한국, 중국, 베트남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국제무역재판소(CITT)는 오는 7월 24일까지 한국, 중국, 베트남에서 제조됐거나 수출된 냉간 압연 강판을 상대로 반덤핑 및 보조금 예비 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도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부과를 추진하고 있어 한국은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한편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고율의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대(對)

미국 자동차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미국 경제에 득보다 실을 더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철강 무역 전쟁' 여파로 미국 내 철강 제품 가격이 40% 급등하는 등 벌써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무역전쟁의 역풍이 불고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역전쟁을 이제는 그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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