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이 사내에서 발생한 미투(Me-too) 사건을 미온적으로 대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미투 당사자가 구자균 LS산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지면서 평소 ‘밝고 열린 조직문화’를 강조해왔던 구 회장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타격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LS산전 산업자동화 해외사업부 A씨가 성희롱 및 폭언을 했다는 폭로글이 연달아 게재됐다. 해당 게시물에 의하면 A씨는 임원 진급을 앞둔 수석부장급으로 구자균 회장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씨가 이런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수시로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일삼아 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임신한 여직원이 회의 중 입덧으로 표정이 일그러지면 “내가 웃기냐? X발 피곤해? 나갈 거면 빨리 꺼져” 등과 같은 폭언을 일삼았고, “다른 여직원은 가슴이 좀 있는데 너는 뭐냐. 어떻게 좀 해봐라” 등과 같은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처럼 A씨에 대한 폭로글이 쏟아지자 LS산전 측은 A씨에 대한 자체적으로 한 달여간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A씨는 어떤 징계처분도 받지 않았다. 피해자라고 나선 직원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라인드에 폭로글을 올린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몇 주 전부터 그룹사 라운지에 올라온 피해글과 자신도 피해자라며 진술하는 댓글들을 회사 측에서 모두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측(인사팀, 경영진단팀)이 폭로글을 올린 당사자를 색출해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LS산전이 A씨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도 의심스럽지만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A씨가 진짜 최측근이라면 구자균 회장이 해당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의아하다는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이에 대해 LS산전 관계자는 “피해조사를 했지만 피해자가 없어 A씨 대한 징계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다만 (블라인드)에 나온 것과 같이 A씨가 구자균 회장의 최측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회사 라운지에 올라온 댓글 등에 대해 블라인드 처리를 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자균 회장의 리더십이 이번 A씨의 미투 사건으로 인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구 회장이 '밝은조직'과 '열린조직'을 강조해왔던 터라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허울좋은 소리만 늘어놓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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