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청구한 구속영장 8건 중 7건은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기각된 데 따라 ‘사법질서 농락’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 와해 공작에 관련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상범(61)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현실을 도외시한 판단’이라며 강력 반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최종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법원이 박 전 대표의 구속 영장을 기각 하자 입장문을 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지난 2015년 12월까지 노조 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노조 탄압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협력사 4곳을 기획 폐업하고, 그 대가로 협력사 사장에게 수 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더불어 지난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 씨 유족에게 수억 원을 건네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게 한 혐의도 받는다.

박 전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로 자리를 옮겨 2016년까지 근무했다.

박 전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부장판사는 “(박 전 대표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할 염려가 없다”라며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이 사건을 조직적 범죄라고 판단했으면서 매번 다른 잣대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사법 질서를 농락한 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법원은 조직적 범죄인 삼성 노조 와해 사건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며 노조 와해 중심이 된 인물들인 최 모 전무만 구속했고 최 전무의 바로 윗선인 박 전 대표는 구속하지 않았다.

결국 법의 잣대를 이용해 최종책임자만 빠져 나가는 모양새를 만들어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이로써 수사가 시작된 뒤 구속된 피의자는 최 전무만이 유일한 상황으로, 검찰이 청구한 박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박 전 대표의 신병을 화보해 삼성전자로 수사를 확대할 검찰의 계획에 또 다시 제동이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박 전 대표 신병확보에 실패하며 노조와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신속대응팀장에 대한 신병확보 역시 법원의 모순된 판단 아래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참혹한 노조 탄압의 현실을 도외시한 법원의 잣대는 ‘사법질서를 농락’을 주장하는 검찰과 국민의 비판의 칼날을 들이밀게 하는 형국이다.

노조 탄압을 비판하는 시대적 현실을 도외시하는 법원의 잣대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굳어진다면 헌법에 수호된 노동자들의 기본권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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