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6월 12일에 있을 북·미정상회담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싱가포르 시간 오전 9시)에 열리기로 한 가운데 비핵화 이행 방안과 체제안전 보장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실무협상이 계속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연 비핵화 단계는 어디까지 합의가 될지, 종전선언이 이뤄질지에 대해 주목되고 있다.

◆ 비핵화 방식 ‘일괄 이행 → 단계적’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협상단은 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가졌다. 지난 달 27일과 30일, 지난 2~4일에 이은 여섯 번째 회담으로, 지난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면담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의제를 논의했다.

▲ 북미정상회담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 속 이미지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이 서로간의 합의 속에 잘 이끌게 된 것에 대한 표정을 가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지난 1일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 북미 간 비핵화 방식에 대해 서로 간의 이견을 좁힌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의 면담 이후 “싱가포르 회담은 시작이다. 한 번에 될 거라고 얘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게 얘기한 적도 없다”며 “나는 12일에 무언가에 사인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될 것이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그간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보여 온 “일괄 합의, 일괄 이행”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미국이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6월 12일 있을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과정(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1차 정상회담 후, 2차 정상회담은 올 가을에 열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후속 회담을 자신의 개인 별장인 미 플로리다 팜 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여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후속 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걸 보면 미국과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 방법에 대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현재 논의 중인 비핵화 ‘단계적 방법’은?

북·미가 ‘단계적 접근법’에 합의하면서 ‘단계의 정도’에 대한 접점 찾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입장 차이가 팽팽했었다. 미국은 북한 측에 올해 안으로 핵탄두와 핵물질을 모두 반출한 뒤 2020년까지 핵무기, 생화학무기, 모든 탄도미사일의 폐기와 인권 문제의 해결을 완료하는 로드맵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핵물질부터 우선 반출해 비핵화 의지를 보인 뒤 미국의 체제보장 약속 이행 과정을 보면서 핵탄두의 반출과 탄도미사일 폐기를 단계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서로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지난달 28~29일 잠시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미국이 일부 수용하면서 순조롭게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찾은 접점은 ‘선 비핵화 중대 조치’로 추측되고 있다. 즉 첫 단계부터 북한은 핵탄두 반출과 같은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고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2단계로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접근법이면서도 미국이 원하는 속전속결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북미가 접점을 찾은 2단계 접근법은 북한이 첫 단계로 9~10월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반출하면, 미국은 연말까지 테러지원국 해제, 무역대표부 설치 등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 재재 완화 조치에 들어가게 된다. 두 번째 단계로 내년부터 2020년까지 북핵 검증사찰, 핵시설·핵설비 폐기, 핵인력 관리 등의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이에 따라 북미 수교, 평화협정, 경제협력 등의 보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어제(6일) 있었던 실무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결과로 발표할 공동선언문에 단계적 비핵화 내용을 어떻게 담을 지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 북한이 거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영구적인 핵 폐기(CPD)’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인 방법이 규정돼 있는 CVID에 비해 협상의 여지가 있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문서에 어떻게 담을지를 놓고 정상회담 전까지 협상을 계속 벌일 것으로 보인다.

◆ 종전선언 되나?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의제는 ‘종전선언’ 여부다.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 ‘종전’을 논의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에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의 첫 단추로 평가되고 있어 의미가 깊다. 종전 선언이 이뤄지면 평화 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이 후속 절차로 연결되기 때문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선언을 먼저 언급하여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 문을 열도록 만든 것이다.

이로써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3자 회담 개최 가능성도 활짝 열린 셈인데,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5·26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해 서로 합의를 하면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합류해 남북미 3자 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가장 큰 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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