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남방정책] 문재인 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4일 정상회담을 가진 후, 회담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7일 SK E&S가 1조 8000억원에 달하는 필리핀 LNG 기반시설 구축 사업을 제안하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했는가 하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우리 헬기 ‘수리온’ 구매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 각종 인프라 부분 MOU 체결한 한-필리핀

지난 4일 방한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과 필리핀의 핵심경제 정책인 ‘국가비전2040’을 연계한 실질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필리핀의 ‘국가비전2040’은 2040년까지 중·고소득국 진입, 국민의 건강한 삶, 빈곤없는 중산층 사회와 신뢰 사회 건설 등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6년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8조 페소(약180조원)를 투입해 도로·철도·다리·공항 등 인프라 개발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국의 인프라 확충에 한국이 우선 투자해주기를 기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필리핀의 발전소, LNG터미널 공항 등 인프라 분야 발전에 우리 기업이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면서, 자동차와 금형기술 등 제조업 분야의 발전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한국과 필리핀은 각각의 핵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이 필리핀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DFCF)을 1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교통·인프라, 에너지, 수자원 관리, ICT, 전자정부,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또 국제무대에서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활발히 하기로 했으며, 기후변화·환경·해양·안보 등 국제 현안에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회담 종료 후에는 교통협력 MOU, 경제통상협력에 관한 MOU,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협력 MOU, 과학기술협력 MOU, 세부 신항만 건설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차관공여협정 등 5건의 MOU를 체결했다.

◆ 투테르테 대통령 방한 성과 가시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MOU를 체결했는데, 이러한 성과가 차츰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SK E&S는 필리핀 에너지부와 필리핀에 LNG(액화천연가스) 인프라 구축사업을 제안하는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투자 의사를 밝히고 사업계획을 전달하는 이 의향서에는 북부 루손섬 일대에 연간 최대 처리 용량 500만t 규모의 LNG 터미널과 복수의 중대형(600W 이상) LNG 발전소, 터미널과 발전소를 잇는 최장 150km 길이의 파이프 라인을 건설하는 계획이 담겼다. SK E&S 관계자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가 LNG 수요 증가에 발맞춰 대규모 LNG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자국의 유일한 가스전인 말람파야 해상 가스전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해왔지만 2024년 이후에는 매장량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LNG 수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필리핀 에너지부에 따르면 필리핀의 전력수요는 2040년까지 연평균 5.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2023년 말까지 LNG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LNG 본격 수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SK E&S가 본격 나서게 된 것이다.

또한 한국수출입은행은 필리핀 ‘세부 신항만 건설사업’에 2000억원 가량을 차관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문 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세부 신항만 건설 사업에 1억7300만달러(약 1851억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하는 차관공여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는 ‘세부 신항만 건설사업’을 국가 인프라 사업 중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하고 지난해 우리 정부에 EDCF 차관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한국수출입은행은 EDCF를 통해 54개국 395개 사업에 총15조9015억원을 지원했다.

이렇게 SK E&S가 제안한 필리핀 LNG기반시설 건설과 세부 신항만 건설 사업이 본격화되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국산 헬기 ‘수리온’ 필리핀으로 수출될 듯

지난 4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수리온 헬기를 직접 보기를 원했었다. 우리 국산 헬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 전날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와 방산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자 수리온의 필리핀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기도 했다.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본국으로 돌아가자 마자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에게 한국 헬기 구매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매체가 7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필리핀 공군이 수리온의 생존능력을 검토하는 기술실무그룹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사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말 캐나다 업체와 2억3천300만 달러(약 2천525억원) 규모의 헬기 16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가 캐나다가 필리핀의 인권실태를 문제 삼자 올해 초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 중국, 터키 등으로 눈을 돌린 상태였다.

에르모게네스 에스페론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헬기 품질과 애프터서비스”라고 말하기도 하고, “벨은 6명만 태울 수 있지만 수리온에는 16명이 탑승할 수 있다”며 수리온에 긍정 관심을 나타냈다. 또 “벨 헬기 구매예산이면 수리온 10~12대를 살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렇게 필리핀이 우리 국산 헬기에 관심을 갖는 것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 성과 중 하나이며,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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