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및 편법승계 의혹 등 초고속 성장 그림자 뚜렷

▲ 편집자 주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중흥건설이 투명하게 경영돼 온 것만은 아니다. 여느 그룹이 그렇듯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주기 위해 내부거래로 특정계열사를 밀어주는가하면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악행도 저질렀다. 또 1000억 원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물의를 빚기도 했고, 토지를 분양받기 위해 계열사를 대거 동원했던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 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 담당

우선 내부거래부터 살펴보면 그 핵심에 중흥토건이 있다. 중흥토건은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50) 중흥건설 사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개인회사다. 2011년까지만 해도 722억 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1조 3066억 원으로 17배나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30억 원에서 1372억 원으로 46배나 급증했다.

실적이 수년 만에 이 같은 증가폭을 보인 것은 특수관계자와 내부거래를 늘렸던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중흥토건의 내부거래액은 2013년 2300억 원, 2014년 3833억 원, 2015년 5256억 원, 2016년 6444억 원, 2017년 8538억 원 순으로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건 중흥토건의 내부거래액이 늘면서 그룹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중흥건설의 내부거래비중이 하락세로 돌아선 부분이다. 최근 3년간 만 봐도 중흥건설의 내부거래비중은 2015년 99.8%, 2016년 73.6%, 2017년 65.3%로 34.5%포인트나 낮아졌다. 이처럼 계열사와 내부거래가 줄다 보니 중흥건설의 매출 역시 2015년 5172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390억 원으로 15.1% 감소했다.

▲ 정리 뉴스워커 이호정 기자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흥토건에 계열사의 일감(내부거래)이 몰리고 있는 게 경영권 승계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욱이 중흥토건의 매출액 상당 부분이 정창선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중흥주택 등 관계사에서 나온 터라 업계의 이 같은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편법승계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원주 사장은 2015년 검찰로부터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특경가법상 배임,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가지 혐의와 더불어 횡령액 235억 원, 배임액 17억 원 등 총 252억 원을 몰래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 결과 2015년 9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고, 2016년 1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0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진행한 토지입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중흥건설은 76개 필지 입찰에 참여했고, 이중 24개 필지를 당첨 받았다. 문제는 1개 토지입찰에 많게는 최대 31개 계열사가 동원됐던 점이다. 또 당첨된 24개의 필지의 58.3%인 14개 필지를 다른 계열사에 전매했다. 이로 인해 추첨으로 낙찰 받은 공공택지를 공급가격 이하로 다른 업체에 전매할 수 있는 특례조항의 허점을 교묘히 활용해 중원토건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 주식자산승계율 65.6%, 정원주·정원철 사장 간 계열분리 가속화

각종 사건사고와 구설수에도 중흥건설의 2세 경영 채비는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승계가 본격화된 시기는 2011년부터로 판단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중흥토건이 기존 중흥건설의 시공 보조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택지매입 자금을 조달하는 등 사업방식이 확연히 달라져서다. 또 중흥토건이 계열사 일감을 바탕으로 성장궤도에 오른 것도 이때쯤부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6년 중원건설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승계를 공식화 했다. 당시 총 101만 3961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73%에 해당하는 74만 478주(각각 24만 6826주)를 정창선 회장의 세 자녀(정원주, 정원철, 정향미)가 받아갔다. 나머지는 정 회장(17만 4753주)과 그의 부인 안양임(9만 8730주) 여사에게 분산됐다. 중원건설이 성장세에 있던 시기였던 걸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자녀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 정리 뉴스워커 이호정 기자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이는 유상증자 전후 자녀들의 주식자산가치 증가폭을 봐도 알 수 있다. 중흥건설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38개사를 대상으로 자산가치(보유지분*순자산)를 계상한 결과 유상증자가 이뤄지기 직전인 2015년 정원주 사장 등 자녀들의 자산가치는 5986억 원이었으나, 이후(2017년) 1조 4674억 원으로 145.1%나 증가했다. 이 덕분에 2015년까지 47.3%에 머물러있던 주식자산승계율 역시 2017년 65.6%로 18.3%포인트나 상승했다.

경영권 승계가 이처럼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사장과 차남인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 간 계열분리도 2016년을 기점으로 본격화 되고 있다. 정원철 사장은 같은 해 유상증자를 받기 직전 중흥종합건설의 사명을 시티건설로 바꿨다. 또 아파트 브랜드도 기존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에서 ‘시티 프라디움’으로 변경했다. 이후 정 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중흥건설 지분 4.69%와 중흥건설산업 지분 4.34%를 지난해 각각 중흥건설산업, 중흥주택에 전량 처분하고 홀로서기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업계는 정원철 사장이 완전 분리독립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흥건설이 계열사끼리 지분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까닭이다. 또 정원철 사장이 독자노선을 구축하기 위해선 시티종합건설과 시티의 지배력 강화가 필요한데 여전히 정창선 회장과 정원주 사장 등 다른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살아 있어서다.

업계관계자는 “중흥건설의 계열분리 윤곽은 드러났지만 계열사 간 지분구조가 거미줄처럼 꼬여 있어 이를 풀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원철 사장이 시티건설을 통해 중흥건설과 확실한 선을 긋고 나선 만큼 경영권 분쟁 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최근 분양한 ‘중흥S-클래스’ 하자에 시끌시끌

한편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이미 올라간 건물도 부수고 다시 지었다는 정찬성 회장의 일화는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다. 중흥건설에서 분양한 아파트에서 각종 하자가 발생,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잖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에 조성된 ‘중흥S-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이곳 입주민들에 따르면 집 거실과 주방 바닥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가 하면 화장실 벽의 타일이 떨어져 나간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순천시가 신대지구 아파트 하자 조사한 결과 접수된 것만 무려 18만 건에 이르렀다. 이렇다 보니 입주민들은 지금도 중흥건설의 ‘부실시공’을 주장하며 회사 측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또 광주전남공동(나주)혁신도시 건립된 중흥S-클래스는 겨울철 결로 문제로,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소재 중흥아파트는 대리석 시공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외 충북 청주시 상당구 방서지구에 짓고 있는 중흥S-클래스는 지하주차장이 다르게 시공됐다며 사기분양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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