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탠디의 정기수 회장은 은둔형 경영자다. 1979년 이후 탠디 브랜드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외부에 노출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인터뷰는 커녕 보도자료도 거의 없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정 회장이 열여덟 살에 서울로 상경하여, 핸드백 가게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이곳에서 십수년간 가죽기술을 익혀 온, 그래서 정 회장 본인도 수제가죽(핸드백) 장인이었다는 점이다.

▲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황성환

이후, 가방은 기본 수년을 쓰지만, 구두는 가방에 비해, 구입주기가 더 빠른 점에 착안을 하여 구두에도 점차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1979년 가방공장 설립과 함께 ‘탠디’라는 가죽수제화 브랜드를 인수하여 명동에 1호점을 냈고, 탠디는 다양한 디자인과 맞춤서비스, 그리고 구입기간에 관계없이 ‘무상AS’를 내세우며, 국내 구두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 정리 뉴스워커

현재 탠디는 금강제화와 함께, 국내 대표 구두업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전국 9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탠디는 2017년 기준 매출액 898억원 영업이익 69억원, 당기순이익, 63억원, 부채비율 38%의 알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탠디는 정 회장이 53%, 부인이 10%, 자녀인 정인원씨가 37%를 보유하고 있어, 현재 오너일가가 100%로 소유를 하고 있다.

탠디는 2006년 이후 매년 적게는 5억 원, 많게는 50억원으로 한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이러한 배당금은 모두 정 회장일가의 주머니로 100% 들어가고 있으며, 2006년 이후 총 배당금액은 19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당기순이익 12억원에 배당금 10억원을 집행했고, 2008년 당기순이익이 42억 원임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50억 원을 집행하여 모두 정 회장 일가가 수령하고 있다.

▲ 자료출처_전자공시시스템
▲ 자료출처_전자공시시스템
▲ 자료출처_전자공시시스템

◆ 정 회장의 장남 정인원씨의 회사 ㈜ 미셸

2008년 탠디에 과장으로 입사해 부친회사에서 일을 배우던 정인원 씨는 현재 탠디의 아울렛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한 법인 주식회사 미셸의 대표로 재직 중에 있다.

주식회사 미셸은 아울렛 전용 브랜드인 미셸과 멜빈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은 정 회장이 프리미엄 브랜드 탠디, 중저가 브랜드 미셸, 멜빈이라는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정 회장 국내 구두업계 시장 장악하는 동안 제화공들 착취 논란

지난 2018년 5월 1일 노동자의 날, 탠디 본사인 서울 관악구 탠디의 본사 앞에 ‘제화노동자 피 빨아먹는 악덕업체 탠디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제화노동자들은 8년째 동결된 공임단가의 인상요구와 하청업체에 지불하는 납품단가 인상, 그리고 직접고용 등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그 동안 국내 구두장인들을 고용해, 30만원 구두 한 켤레를 만들어 팔면, 7천원을 지급해오면서 사업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냈다.

탠디의 제품은 20~40만원 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가죽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제품을 만드는 제화공들에게는 만원도 채 안되는 돈이 떨어지고 나머지 대부분이 정 회장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있어, 공임단가 인상요구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 탠디의 판관비, 제조원가가 포함된 급여(인건비) 변동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구두 한 켤레에 원재료 및 여러 제품원가가 들어가기 때문에, 정확한 한 켤레당 얼마가 제화공들에게 들어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감사보고서에 나온 탠디의 인건비(판관비, 제조원가 포함)의 변동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보다는 감소하였고, 2009년과 비교하였을 때 크게 변동사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출처_전자공시시스템

◆ 5월 11일 공임비 1300원 인상, 노사 합의

4월 26일 처음 구두 공임 단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관악구 탠디 본사3층을 점거하고 농성을 한지 16일 만에 노동자들과 탠디 정 회장은 켤레당 공임비 1,300원 인상과 특수공임비 지급, 정당한 사유 없는 일감 축소 금지, 노사 협의회 구성의무 등에 합의를 하고 5월 14일 전원 업무 복귀에 합의키로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수십 년 경력의 숙련된 장인들에 대한 노동 조건 개선에 대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장시간 노동관행, 불량발생에 따른 불합리한 비용전가,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도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정 회장이 가죽장인 출신으로 누구보다도 더, 이러한 제화공들의 노고를 잘 아는 사람임이 분명함에도 값비싼 구두를 팔면서, 장인들에게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사양산업에 접어든 국내 구두업계가 더욱더 깊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따라서, 정 회장이 착취를 통한 오너일가 배 불리기에만 급급해 하지 않고, 정말로 장인정신을 갖춘 경영자라면 향후 이러한 잘못된 관행들이 바뀌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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