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인 어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45.35포인트(1.84%) 내린 2,433.48로 마감됐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48포인트(1.20%) 내린 864.56으로 장을 마쳤다. 이렇게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전날 미국의 금리가 인상된 영향 때문이다. 국내주식 시장 뿐만 아니라 일본의 도쿄증시 낫케이, 아르헨티나의 메르발 지수,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 등도 하락했으며, 외환 시장에서는 일본 엔화가, 아르헨티나 페소화, 터키 리라화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렇듯 미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

▲ 뉴스워커_황성환 그래픽 담당

◆ 미 연준, 앞으로 두 차례 더 인상 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75~2.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올해 총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도 기존의 3차례에서 4차례로 늘려 잡았다. 앞으로 9월과 12월 두 차례 더 인상하겠다는 예고다.

미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 결정과 하반기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은 미국의 탄탄한 경제 덕분이다. 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빠르게 목표치에 다가서고 있고, 실업률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준은 이번 정례회의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8%로 상향조정했고, 사상 최저의 실업률도 계속 하락해 연말에는 3.6%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한은 기준금리 인상 계획없어

미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앞으로 두 차례 더 인상을 예고하자 시장에 불안 심리가 커졌고, 한미 금리의 역전 현상도 0.50%포인트로 더 커졌다.

사실 미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되고 있었다. 지난 달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강한 고용시장과 함께 물가 상승으로 연준의 목표에 근접했다. 곧 다음 단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또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에 손대지 않는다는 방침을 보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 기준금리 인상 발표 전인 지난 12일, ‘한은 창립 68주년 기념사’에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기준금리 동결 방침을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또한 미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우리나라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고용이 부진하고 소득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를 통해 소비를 제약할 소지가 있다면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말을 바꾸면 미 기준 금리 인상은 국내 대출 금리 인상 요인이 돼 취약 계층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 예상, 취약계층 타격 있을 듯

한은이 기준금리는 동결하고 향후 인상계획도 없다고 시사했지만,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와 국내 대출 금리를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대 중반에서 4%대 후반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혼합형 상품은 5년간은 고정금리, 이후에는 변동금리가 반영되는데, 올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상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 변동형 최저금리가 0.02% 포인트 상승했고, 혼합형은 0.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미 기준금리가 계속 인상되면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한은도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고, 그러면 주택담보대출 상단이 5% 중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취약계층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새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담보대출로 사업자금과 생계자금을 조달한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 국내 수출도 먹구름

대출금리가 인상되면 가계 부채도 확대되기 때문에 이는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어 결국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보니 대출이자가 늘어나면 소비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국 수출은 지난 3월까지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미 금리인상은 하반기 수출실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수출 절반 이상이 대(對) 신흥국이어서 신흥경제 위축이 결국 국내 수출실적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장 이번 달 수출실적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선민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지난 11일 점검회의를 통해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신흥국 경제 취약성 등이 우리 수출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미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신흥국 경제 위기와 이로 인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으로 글로벌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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