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4.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12 북미정상회담까지 순조롭게 이어지자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각 부처는 물론 국회와 각 산업·재계에서 대북 사업 준비가 활발하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물론 신북방정책까지도 폭넓게 논의할 수 있게 됐다.

◆ 남북 회담 일정 줄이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에 들어갔다. 우선 오늘(18일)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체육회담을 열고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공동참가와 남북통일농구대회 개최 방안을 논의한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오는 22일에는 이상가족 상봉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회담이 금강산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이산가족 행사의 세부 일정, 상봉 규모, 전면적 생사확인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 등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통일부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현대아산 등 우리 측 관계자 17명이 19일과 20일 출퇴근 방식으로 방북하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임시 사무소를 이달 중 열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게 되며,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20~23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 민족공동행사 및 민간교류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그리고 남북간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과 ‘산림협력 사업’을 위한 분과회의가 다음 주에 열릴 예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철도와 도로사정이 열악하다고 토로했고, 이에 우리 측은 그 실태를 공동조사하자고 제안한 바 있어, 우선 실태조사와 공동연구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림협력 사업’의 경우,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산하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북한 조림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산림 899ha 가운데 약 32%가 황폐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 간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산림협력사업’은 국토교통부에서 논의하고 있고, 해수부에서는 서해안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남북이 평화수역을 조성하고 남북 어민이 공동으로 조업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기 위한 행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21일부터 2박 3일간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남북 경협을 기반으로 한 신북방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국회에서도 남북 경협 논의 시동

정부 부처 뿐 만 아니라 정계에서도 남북 경협 논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15일 중소기업연구원과 함께 ‘공동 번영과 평화의 상징 개성공단,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고, 인재근 위원도 이날 ‘통일 대비 남북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고찰: 통일을 준비한 간호이야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남북한 간에 간호체계 격차가 커져 있기 때문에 통일 후 격차를 줄여 나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인영 의원의 경우 ‘남북한 기상정부 서비스 동질화를 위한 세미나’를 통해 북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 활동에 필수적인 기상 예측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국회통합과 생생포럼,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오는 19일 ‘남북교통인프라 연결 추진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갖는 긴급 간담회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교통인프라의 구축’이라면서 교통 인프라 연결을 위한 국내외 여건 조성 등의 추진전략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 공공기관·산업·재계도 나서

남북 경협에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자원 및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대북사업 준비팀을 발족한 상태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수력발전소를 대규모로 조성했지만 최근에는 투자 부족과 기술 낙후로 시설이 노후화 됐기 때문에 경협 추진 여건이 조성되면 노후 수력 현대화 등 수력발전 협력사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경우는 산업은행과 개성공단 확장에 대비해 실무진 자원에서 에너지 공급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고, 한국동서발전은 북한에 단기적으로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장기적으로는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동북아 슈퍼 그리드’ 구상이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동북아 수퍼 그리드’는 한국을 포함해 몽골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의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남북한의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함께 상당한 경제적인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중앙에 위치해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 간 전력요금을 활용한 전력 차익거래도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즉, 러시아·몽골·중국·북한·한국·일본의 전력 계통이 연결되면 2030년까지 시장규모가 13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기대다.

이러한 남북 경협에 대한 각 분야별 관심이 커지면서 부가적으로 현대그룹은 금강산·개성관광과 개성 공단 등 기존 사업 재개해 북한과 맺은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과 관련된 경협사업을 검토하고 있고, 포스코는 약 3000조원의 잠재 가치가 있다는 북한의 광물 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전력망이나 통신망이 구축될 시 필요한 대형케이블, 광케이블, 산업용 케이블 등 전선업계도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외에도 북한 아동의 영양 상태 강화를 위해 분유와 쌀, 밀가루, 영양식 등이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있어 식품·식량 등 먹거리도 남북 경협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역사적인 한반도 해빙 분위기로 전 분야에 걸쳐 남북 경협에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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