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유럽 간 난민 문제와 경제격차 심화로 유럽연합(EU)가 분열 위기에 놓이고 존립이 불안해지자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공동예산을 도입하는 등 통합 개혁안을 제안했다. 이에 1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메세베르크에서 회담을 열고 유로존 공동예산 창설, 유럽안정화기구(ESM)의 유럽통화기구(ESM) 확대 전환 등 EU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 개혁안은 28~29일 EU 정상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 EU 개혁안 내용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유로존 공동예산 창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로존 탈퇴 여론의 경우 재정위기가 원인이므로 공동예산을 만들어 재정이 취약한 나라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유로존 국가들이 역내 투자 및 금융위기 방지에 사용할 통합 예산을 형성하고 단일 재무부 장관을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현재 유로존 구제금융에 쓰이는 유럽안정화기구(ESM)를 유럽통화기금(EMF)으로 확대 편성하되 유로존 은행들이 동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2011년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5개국의 과도한 나랏빚으로 인해 유럽이 재정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에 폴란드·헝가리가 새로운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유럽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어 7년 전과 같은 유럽 위기를 방지하자는 의도이다.

그러나 독일 정치권은 유로존 공동예산과 EMF 창설은 독일 자금을 재정위기국에 무상 지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비판했고, 메르켈 총리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EU 분열 위기가 고조되면서 태도를 바꾸었고, 유로존 예산은 당초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내용이 아닌 실업 완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목적에 합의했다. 즉 경제 위기를 겪는 회원국들이 이 기금의 지원을 받는 대신 구조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재정 위기 국가 지원은 EMF가 맡는 것에 동의했다. EMF는 재정위기를 겪는 EU 회원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만들어진 5000억 유로(약 652조원) 규모의 비상 기금이다.

◆ EU 분열 위기 ① 이탈리아 정국 불안

유로존 공동예산 창설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에 합의하고 나선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 분열 위기 때문인데 유럽 분열 중심에 있는 것은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3월 총선 승리 이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됐고, 최근 오성운동이 극우 ‘동맹’과 손을 잡으면서 EU와 유로존에 반대하는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졌다. 이탈리아는 오는 7월 29일 조기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이며, 이는 사실상 EU 탈퇴를 묻는 브렉시트 투표와도 같은 것이어서 이탈리아가 EU와 결별하고 제2의 그리스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탈리아의 경제규모가 1조 7천169억유로(2천141조원)으로 독일, 프랑스에 이어 3위인데, 국가 부채도 2조3천23억유로(2천871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30%를 넘는다. 따라서 이탈리아는 정국 불안에 부채비율까지 높아 그리스처럼 국가부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로 지난 달 말에는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26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고, 국가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였었다. 경제 규모가 크고 부채도 많은 이탈리아가 흔들리면 유럽과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론 이달 초 지오반니 트리아 이탈리아 신임 재무장관이 "유로화 폐지를 위한 어떤 논의도 향후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실수로라도 금융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조치들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새 이탈리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는 등 정국 불안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이러한 상황은 EU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됐고,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어서 위기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 EU 분열위기 ② - 난민문제

EU에 분열위기를 가져왔던 또 하나의 문제는 ‘난민 문제’이다. 메르켈 총리의 독일 내 입지를 어렵게 했던 것도 바로 ‘난민 정책’ 때문이다.

당초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중동 혁명 등으로 생긴 정치 난민들을 포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난민들은 자국 국민들이 기피하는 요양사, 건설, 노동자들의 업종에서 인력 부족 해결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시리아 난민이 폭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메르켈 총리는 EU 차원에서 난민 정책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난민으로 인한 범죄도 늘기 시작하면서 치안 유지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고, 유럽 전역에 반(反)난민 정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반(反)난민 정책을 기치로 걸고 나오는 극우정당이 세력을 키웠고, 이탈리아의 경우 EU 탈퇴까지 거론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EU를 분열 위기까지 몰고 간 간 첫 번째 이유는 ‘난민 정책’ 때문이라고 볼 수 있기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으로의 난민 유입을 줄이고 난민 문제에 대해 EU에서 공동대응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한 메르켈 총리는 EU 역외 국경 및 해안 경비를 담당하는 프론텍스의 직원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EU는 오는 28~29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난민문제 해결책을 마련할 예정인데, 우선 24일 브뤼셀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일부 EU 회원국 정상들이 비공식 정상회의를 통해 난민 문제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EU를 다시 하나로 통합할 뾰족한 해법이 나올지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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