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액 역대 최고인 105억, 승계재원 마련 때문으로 분석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주신세계의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 등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늘리면서 외상매출(매출채권)이 크게 증가한 게 문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신세계의 지난해 운전자본은 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재고자산이 54억 원으로 같은 기간 1.4% 줄고, 어음결제(매입채무)가 48억 원으로 4% 늘었지만 외상매출(매출채권)이 86억 원으로 12.7% 증가한 게 주요인이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통상 유통업을 하는 기업의 운전자본은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잦다. 현금유입이 활발한 업종의 특성상 영업활동을 할수록 오히려 여유자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광주신세계의 운전자본 부담 확대는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광주신세계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105억 원으로 2016년 대비 11.3%나 증가했다.

광주신세계의 내부거래액의 이 같은 증가는 신세계와 상품권 수수료 거래 증가 및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푸드 등 계열사 임대수수료가 늘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광주신세계의 내부거래비율이 꾸준히 상승추세라는 점이다. 최근 5년간만 봐도 2013년 2.3%에 불과했으나 2014년 3.2%로 상승한데 이어 2015년 3.6%, 2016년 4.5%, 2017년 5%로 4년 새 2.7%포인트나 뛰어올랐다.

다만 총수 사익 편취 규제 적용 대상은 아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보유지분율이 52.08%로 현행 정부가 규정한 일감 몰아주기(내부거래) 기준(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을 상회하지만 연간 200억 원 및 연 매출액의 12%에는 못 미쳐서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맞춰져 있는 만큼 향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신세계는 내부거래 증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업황과 별개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재무건전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광주신세계와 ‘빅3’ 백화점 및 할인점의 지난해 실적을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광주신세계의 영업이익은 563억 원으로 2016년 대비 0.4% 늘어난 반면, 빅3는 1조 5298억 원으로 20.4% 급감했다. 또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500억 원여의 현금으로 차입금(사채 포함)을 상환한 덕에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22.7%에서 13.1%로 9.6%포인트 하락했다.

▲ 자료_금융감독원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광주신세계에 일감을 밀어주고 있는 것은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계열사 중 유일하게 오너 일가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인 데다 '정용진=마트, 정유경=백화점' 분리 경영 기조가 확고히 구축돼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즉 정 부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을 승계 받거나 매입할 때 광주신세계 지분을 활용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지분율은 9.83%에 불과하다.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모친인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지분 18.22%(18일 종가기준 지분가치 1조 2000억 원)를 증여받거나 시장에서 직접 매입해야 한다. 따라서 정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가치가 현재도 2000억 원여에 달하지만 아직은 충분치 않은 만큼 지분가치 상승을 위해 내부거래를 규제 수준까지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각의 얘기다.

업계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광주신세계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내부거래로 지분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승계재원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판단되면 지배구조 개편과 지분유동화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경 사장이 광주신세계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것도 이를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광주신세계는 당초 1995년 4월 광주신세계백화점으로 설립됐으나 2006년 3월 이마트 복합운영에 따라 사명을 변경됐다. 또 2002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되면서 정용진 부회장의 지분율이 23.68%포인트 희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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