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대구 수돗물 불신 해소키 위해 총력 기울여..하지만 환경호르몬·발암물질 여전한 불안감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대구 수돗물 유해물질 검출 논란으로 시민 불안감이 지속되자 환경부 등 관계 당국은 적극 대응에 나서며 불안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부는 오염원을 차단해 수돗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지만 생수 사재기 사태와 더불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 30년 가까이 반복되는 수돗물 파동

‘대구 수돗물 사태’는 경북 구미공단에서 배출되는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이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지역 방송의 제보로 인해 빚어졌다.

이에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30년 전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수돗물 파동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사태 때는 구미 구포동 두산전자가 저장탱크에 보관하던 페놀 원액이 30t 사고로 새 나와 낙동강에 흘러들었다.

오염된 물은 낙동강 하류 50km 정도 떨어진 대구 취사장에도 들어왔다.

이로 인해 대구 시민이 마시는 수돗물에 코를 찌르는 악취가 발생하는 등 대구시내 식수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또한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이 2000년부터 3년간 전국 36개 정수장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대구 가창 정수장과 공산 정수장에서 2001년 6월과 2002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발암의심물질 1.4 다이옥산이 검출된 바 있다.

당시 대구지방환경청장은 배출 경로를 추적한 결과 구미산업단지 내 일부 합섬 업체가 방출한 폐수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2006년 7월에는 대구시가 대구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낙동강 수계와 두류, 매곡정수장에서 유해물질 퍼클로레이트가 계속 검출되는 등 수질오염 사고가 일어났다.

2009년에도 대구 시내 1,4 다이옥산 농도가 높아져 대구 일부 정수장의 취수가 중단되는 등 소동도 있었다.

결국 30년 가까이 수돗물 문제가 반복된 셈이다.

◆ 시민들 불안감 여전…생수 사재기 이어 국민청원도

이처럼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수돗물 파동이 지속되면서 대구에서는 생수 사재기 사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수돗물 문제가 제기된 지난 22일과 23일 이틀간 대구시 6개 점포의 생수 매출은 1년 전보다 5배 이상 급상승했다.

또한 부산 지역의 대형마트는 생수 매출이 평소에 비해 15% 가량 상승하기도 했는데, 이는 대구에서 시작된 수돗물 파동이 부산경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대목이 된다.

‘정수를 해도 다 걸러지지 않는다’는 불신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본인 거주 지역의 식수가 어느 강에서 흘러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도 공유되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경남 밑 지역은 사실상 모두 오염된 게 아니냐”, “낙동강 하류에서 흘러나오는 식수라는데 걱정된다”라는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지난 22일부터 대구 수돗물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발암물질이 포함된 물에 아이 먹일 분유를 타 먹이고 옷을 빨아 입혔다는 생각을 하면 화가 나고 분노가 치솟는다”, “대구 수돗물 문제를 안일하게 방치한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를 처벌해 달라” 등의 비판적인 글이 100여 건 이상이 게시된 상태다.

◆ 불안 해소 나선 관계당국..유해물질 빠져나가려면 더 기다려야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22일 TBC 대구방송이 보도한 ‘대구 수돗물 신종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다량 검출' 기사와 관련 “과불화헥산술폰산이라는 과불화화합물이 배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발암물질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서 TBC는 지난달 21일과 24일 대구시 매곡, 문산취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 과불화헥산술폰산과 과불화옥탄산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대구상수도사업부 내부 문건 내용을 보도했다.

21일 부산대 산학협력단 연구보고서 등에 따르면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대구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 농도는 78.1 나노그램(ng)으로, 서울 수돗물의 15ng과 비교할 때 5배 가량 높은 수치다.

과불화화합물은 고도 정수 처리를 거쳐도 10~15% 밖에 제거되지 않고 끓여도 농도가 더 높아지는 유해물질이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은 과거 낙동강 수계 정수장에서 2016년까지 최고 농도가 0.0006 ㎍/L 수준이었으나 작년부터 검출 수지가 증가했다는 게 관계당국 설명이다.

사태가 커지자 환경부 등 관계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우선 대구시는 시민들의 불안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획기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환경부도 적극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며,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지난 25일 매곡정수사업소를 찾아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또한 수돗물을 마시며 안전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고, 과불화화합물이 발암물질 기준을 초과했다는 발표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과불화화합물 중 과불화옥탄산이 발암물질이며 이번에 검출된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외국 권고 기준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과불화화합물 배출원을 찾아 차단조치를 끝냈으며 현재는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급속도로 떨어지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안병옥 차관은 “이번에 논란이 된 과불화화합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른 미규제 화학물질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을 고려해 대구지역 정수장에서 나온 물 성분을 매일 분석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미산업단지 업체들이 다시 폐수를 이용할 수 있는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해 낙동강에 공단 유해물질이 흘러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대구 문산과 매곡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의 유해물질이 모두 빠져나가려면 차단시점으로부터 20일 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0일이 지나야만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대폭 낮아진다는 대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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