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을 제외 진열방식까지 동일, 소비자 방문評 ‘신세계의 한국판 돈키호테’

▲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담당

[뉴스워커_기자의 窓]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새로운 유통채널인 대형 잡화매장 ‘삐에로쑈핑’이 일본의 ‘돈키호테’ 매장을 그대로 베꼈다는 구설수에 휩싸이게 됐다. 이마트 측은 벤치마킹을 표방했다는 입장이지만 경영전략까지 돈키호테와 거의 유사해 도를 넘는 베끼기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정 부회장이 1년여 동안 준비한 B급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이 개점됐다. 정 부회장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면서 삐에로쑈핑은 일본의 쇼핑명소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벤치마킹 수준이 아니라 일본 영업장 그대로 판박이처럼 베낀 것 아니냐는 의아함을 보이고 있다.

삐에로쑈핑 매장규모는 지하1층과 지하2층을 합해 760여평 되는 면적으로 4만 개가 넘는 상품을 미로처럼 복잡하게 진열했다. 가공 및 신선식품과 명품, 가전, 화장품, 성인용품 등 카테고리도 제한없이 폭넓게 갖췄다.

상품조달은 재고상품이나 부도상품, 유통기한 임박상품을 대량 매입 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본사가 전체 상품의 60%를 조달하고, 나머지 40%는 각 지점별로 재고상품을 자율적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 유명 잡화점인 돈키호테도 만물상 컨셉의 할인 매장형태다. 작년 기준 일본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 매출 8조 원의 기록을 세웠으며 전국 37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방식과 상품 매입방식까지 삐에로쑈핑과 거의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종합적으로 업장 영업시간을 제외하고 돈키호테의 상품구성, 매입 및 운영방식, 업장 동선형태 등 전반적인 사업기획을 돈키호테와 거의 동일한 컨셉으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은 경쟁 회사의 제품이나 조직의 우수성을 여러 측면에서 비교·분석해 그 비법을 배워 변모하려는 자기 혁신 기법을 말한다. 베낀 것과 참고는 엄연히 다르며 벤치마킹으로 둔갑한 타사의 모방은 중한 범죄 행위에 속한다.

실제 매장을 방문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신세계에서 만든 한국판 돈키호테다. 한 명씩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목까지 똑같다”, “돈키호테와 똑같아서 외국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와 같은 양상의 혹평이 쏟아졌다. 이마트 측도 삐에로쑈핑은 돈키호테를 따라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것도 국내 최대의 유통사가 말이다.

삐에로쑈핑을 둘러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와 같아 처음엔 일본 돈키호테와 업무제휴나 그밖의 무엇을 통해 이뤄진 한국판 ‘돈키호테’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돈키호테와 협약이나 라이센스 계약이 있었는지에 물었지만 “없다”라고 말했다.

삐에로쑈핑의 로고 또한 말들이 많다. 로고는 간판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 비디오게임 ‘드레곤 퀘스트’와 흡사하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삐에로쑈핑을 살펴보면 심혈을 기울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저 “일본에서 잘되니까 우리도 잘되겠지”라는 70년대 발상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정용진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라”라는 특명이 내려졌다는 내용에 대해 관련 언론들은 앞 다퉈 보도한 바 있다. 그게 이건지 다시 한 번 정 부회장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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