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窓_이필우 기자] 바이오산업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충격이 가시기도 않았는데 ‘줄기세포 신화’로 불리던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가 주가조작 혐의로 또다시 구속된 탓이다. 더욱이 라 대표는 과거에도 주가조작 등 여러 차례 사고를 쳤던 인물이라 바이오산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어느 때보다 차가운 상태다.

주가만 봐도 그렇다. 라 대표가 구속되기 직전인 17일만 해도 네이처셀의 주가는 주당 1만 52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속된 18일 1만 650원으로 하락한데 이어 19일 8480원, 20일 7730원, 23일 6570원, 24일 6850원, 25일 6310원으로 일주일 새 40.8%나 빠졌다.

▲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담당

또 줄기세포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는 여타 바이오기업들의 주가도 라 대표의 사건에 영향을 받으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트로젠의 경우 25일 종가기준 주당 8만 3800원으로 17일 대비 24.2% 낮아졌고, 파미셀은 1만 1600원으로 29.5% 하락했다. 이외 차바이오텍, 코아스템, 강스템바이오텍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물론 라정찬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발표와 라 대표의 과거 행적을 고려하면 분명한 목적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퇴행성골관절염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임상환자가 13명뿐이었고, 이들 가운데 절반이상은 치료 과정에서 질병이 발병한 데다, 대조군이 없었던 만큼 조건부판매 승인이 사실상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라 대표가 잘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두 번에 걸쳐 조인트스템의 임상결과를 발표하는가 하면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전면에 앞세워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그 결과 임상결과를 발표했던 지난해 8월 28일 6550원에 불과하던 네이처셀의 주가는 식약처의 조건부 판매허가가 반려되기 직전인 3월 16일 6만 2200원까지 치솟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정황상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투자업계에서는 라정찬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산업 특성상 외부에서 구체적인 개발 과정이나 신약의 가치를 검증하기 어려운 만큼 회사의 말만 믿고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게다가 라 대표가 과거에도 동일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데다, 성향 자체도 연구자보다는 장사꾼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라 대표는 2000년 11월 알앤엘바이오를 설립, 2005년 이 회사를 상장시킨 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기반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의 조건부승인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임상데이터 미흡으로 승인이 불허됐다. 하늘 모르고 치솟던 알앤엘바이오의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다가 결국 2013년 5월 상장폐지 된 배경이다.

아울러 주가조작 등의 협의로 구속됐던 라정찬 대표는 항소심 끝에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전례가 있는 터라 일각에서는 네이처셀이 알앤엘바이처럼 상장폐지 수순을 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엎어진 물을 쓸어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앞장서 '제2의 라정찬’이 양산되지 않을 수 있는 검증시스템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한 회사의 생사를 넘어 국내 바이오산업 전체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바이오산업은 미래의 밥이다. 밥을 만들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를 받기 위해선 시장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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