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역지정전 추진위원회의 위법 문제는 이미 2009년부터 불거져 나와 전국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간 법정 공방 중 하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구역지정 전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으며, 구역지정 전 받은 동의서로 제출한 승인신청이 적법하냐는 부분과 면적이 바뀐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인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느냐에 대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대법원이 판단을 내놓아 주목되고 있다.

1심 “승인무효 판결”에 2심은 “무효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관련법 개정이후 “구역지정전 추진위” 승인은 위법 될 수도

#. 뉴타운지구로 예정된 지역에서 추진준비위원회는 추진위 승인을 위해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50% 이상의 동의서를 징구한 후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정비구역 확정고시 이후 그 면적이 크게 달라졌다면 그 전에 받은 동의서로 승인된 추진위는 유효한가.

이에 대해 대법원은 추진위 설립 승인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는 중대·명백한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선고에서 배모씨 등 10명이 “관할청의 추진위원회 승인 처분은 무효”라며, 동대문구청과 이문2재정비촉진구역 추진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소송에서의 핵심 쟁점은 면적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당초 예정구역이었던 이문2뉴타운은 2006년부터 서울시 이문3동 일대 20만7940.9㎡(토지등소유자 1212명)가 정비구역 될 것으로 보고 추진위 승인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계획이 확정된 면적은 9만8497㎡(토지등소유자 769명)로 예상면적보다 50%이상 줄었다. 이에 추진준비위는 최종 포함된 지역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만을 선별해 승인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당초 가칭 추진위원회가 예상한 사업구역의 면적과 확정된 구역면적은 일부만 일치하기 때문에 동일한 사업이라 볼 수 없다”며 “가칭 추진위는 20만7940.9㎡에서 정비사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받은 동의서는 추진위 설립동의서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동의서로 받은 추진위 승인처분은 위법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행정처분이 당연 무효 되기 위해서는 처분에 위법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문2재정비촉진구역의 경우 승인처분이 위법하긴 하지만 당시 관련 법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정이 있어 이미 내려진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중대 명백한 하자는 아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문2재정비촉진구역의 이번 사건은 1심에서 정비구역 확정 전 받은 동의서는 효력이 없으며 승인도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동의서에 하자가 있기는 하지만 행정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결했다.

<구역지정전 동의서에 의한 추진위 승인 ‘위법’ 파장은…>
‘전국 구역지정전 추진위’ 법 개정 전 승인, 파장 “無”

지난달 27일 대법원 판결선고가 있은 이문2재정비촉진구역의 구역지정전 동의서 ‘위법’ 판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쟁점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첫째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당시 관련 법리가 명확하지 않은 등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내려진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이후 관련 법리가 명확하게 명시된 상태에서의 추진위원회 승인은 어떻게 볼 것인가가 그 하나이고,

둘째는 2009년까지 이슈가 됐던 사항으로 정비구역 지정전과 구역지정이 확정된 이후의 사업지 면적이 달라진 경우에는 또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먼저, 도정법이 개정된 이후의 추진위 승인에 대해 알아보면, 구역지정 전 추진위 승인에 대해서는 과거 인정됐던 사항이다. 2006년에 있은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의 질의회신을 살피면 ‘정비구역 지정 전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설립 가능 여부’에 대해 국토부는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하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의 토지등소유자 50%이상의 동의를 받아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건설교통부 유권해석에 의하여 정비기본계획에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대하여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이 가능함을 알린다”라는 회신을 남겼다.

이렇듯 당시의 상황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면 추진위원회 승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도정법은 2009년 2월 6일 개정됐다. 도정법 제13조 제2항을 보면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4조에 따른 정비구역지정 고시 후 위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의 위원 및 제15조제2항에 따른 운영규정에 대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09년 2월 이후부터는 전국의 모든 재건축·재개발사업은 구역지정 확정 고시 후 추진위원회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추진위원회는 어떤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추진위원회는 기본계획이 고시된 직후인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곳이 상당수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구역지정 전 추진위원회 승인 ‘무효’파장은 없거나 아주 미미할 것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두 번째로 구역면적이 달라진 경우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관련 전문가들은 큰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번 대법원 선고가 있은 이문2재정비촉진구역의 경우 당초 약 20만㎡의 광역적인 면적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고 토지소유자들에게 동의서를 받았지만 구역이 확정고시 된 시점에는 9만여㎡로 반 이상 줄어들어 문제가 됐던 것이다. 동의서를 받을 때는 20만㎡로 개발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9만여㎡ 밖에 개발되지 않아 그 사정으로 받은 동의서는 일관성이 유지된다고 보기 어려워 승인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전국의 재건축·재개발사업지의 현장은 이문2구역과 유사한 상황의 사업지는 많지 않을 것이며, 정비구역의 면적이 차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지 않아 무효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광주 신가동의 재개발사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들 수 있다.

재판부는 신가재개발사업에 대한 판결에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해 법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행정관청이 잘못 해석해 행정처분 했다하더라도 이는 처분 사실을 잘못 해석한 것에 불과해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며 “행정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 법률 또는 사실관계에 대해 처분의 대상이라고 오인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비로소 처분대상인지를 밝힐 수 있을 때에는 비록 오인한 하자가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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