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열린 ‘성차별·사법불평등’ 규탄 시위..불법촬영 등 성범죄 근절 대책 촉구..과격 구호 빠지고 혜화역 아닌 광화문에서 이어져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지난 4일 불법 촬영 편파 수사 등에서 성차별·사법불평등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여성 시위가 혜화역을 넘어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제 4차 시위로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총 7만 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인원 기록을 이어 나갔다.

지난 시위와 마찬가지로 이번 시위에도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해 불법동영상 연결고리를 지적하거나 성차별·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시위는 영국 BBC와 여러 외신들도 조명했다는 점에서 여성 시위가 큰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뿐만 아닌 외국에서도 한국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몰카 등 불법동영상 실태, 성차별 등을 지적하자, 젠더 관점을 띄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차차 나타나 시위 측이 주장하는 문제에 대한 시정을 함께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 제 4차 여성 시위.. ‘불법 촬영 등 성범죄 근절 대책 촉구’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제 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 북쪽부터 광화문 입구까지 약 500m를 가득 메웠다.

집회 공간에 들어가려는 대기 줄은 오후 5시까지 이어지면서 집회에 참석했다 나가는 인원이 있다면 곧바로 공백을 메웠다.

주최 측인 ‘불편한 용기’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총 7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안전 관리만 하고 따로 인원 추산은 하지 않은 걸로 밝혔다.

이로 인해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으로 1차 시위인 5월 19일 1만 2천여명, 2차 시위 6월 9일 4만 5천명, 3차 시위 7월 7일 6만 명에 이어 현재까지 연인원 18만 7천여명을 기록했다.

단일 의제로 열린 집회이자 여성만 참가한 시위로써 사상 최대 인원 기록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혜화역 시위에서 사용된 ‘한남 무작위로 죽인다’, ‘재기해’ 등의 구호와 피켓을 두고 다소 과격한 미러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4차 시위는 지적된 원색적인 조롱과 인격 모독 등을 배제한 채 진행됐다.

시위 주최 측인 ‘불편한 용기’는 지난 2일 시위를 앞두고 공식 카페에 “원색적인 조롱, 인격모독 등 특정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피켓은 제지하거나 압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피켓을 제지하기로 한 것은 일부 피켓만 집중 조명해 확대해석 하는 기득권과 언론의 백래시에 대항하는 소모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비판은 문제되지 않으나 비난, 조롱은 삼가자”고 전했다.

이에 4차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다소 과격하거나 원색적인 표현 대신 불법촬영 범죄자가 벌금을 선고받는 내용의 ‘재판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한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각양각색의 손 피켓을 높이 들어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든 피켓 일부에 따르면 ‘당신들의 일상을 왜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해’, ‘우리는 계란이 아니며 너희도 바위가 아니다’ 등 문구가 담겼다.

또한 ‘My life is not your porn(나의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We are the courage of each other(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등 한국의 불법 촬영, 성차별 문제 등을 외신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영어 피켓도 상당수 등장했다.

BBC 등 외신이 조명한 광화문 시위..‘불법동영상, 편파 수사’ 등에 주목

영국 BBC 등 외신도 한국의 몰래카메라 실태를 집중 조명하면서 여성 시위 본질인 ‘몰카 등 불법동영상, 편파 수사’ 등이 의미 있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일 영국 BBC 로라 비커 서울 특파원에 따르면 ‘한국의 몰래카메라 포르노 전염병’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의 몰래카메라 불법 촬영 실태와 가해자들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렸다.

BBC는 지난해 한국에서 ‘몰카 신고’가 6465건 이상 들어왔으며 5437명이 체포됐지만, 감옥에 수감되는 경우는 이 중 2%에 불과한 119명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또한 피해자의 80%는 여성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 여성들이 4일 광화문에서 이런 사안을 담은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여성 시위를 연다고 소개했다.

특파원은 “한국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 누가 훔쳐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자신 역시 한국 여성들로부터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구멍이나 몰래카메라가 없는지 확인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사에서는 한국 여성이 몰래카메라 촬영을 당한 일화가 등장했다.

한 남성이 이 여성의 치마 속을 카메라로 찍은 뒤 휴대전화 채팅방으로 유포한 것이다.

이 여성은 BBC 방송에서 “고통을 겪고 있고 몰래카메라 피해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서에서 혼자라고 느꼈고 남성이 나를 성적 대상이나 고기 조각으로 볼까봐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또한 특파원은 “여성들은 자신이 당한 피해를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이는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며 “성인 90%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93%가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의 디지털 기술 발전이 몰카 범죄 적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에서도 한국의 몰래카메라 불법촬영 실태와 수사, 신고 등이 어려운 사안을 보도하기도 했다.

4회차 이어진 시위 두고 제각각의 목소리도

이번 시위가 4회차까지 이어진 만큼, 온라인에서는 제각각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4회차까지 이어진 여성 시위가 다양한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학계에서도 이번 시위를 두고 ‘불법 몰래카메라 촬영·편파 수사’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사법불평등·성차별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고 있다.

반면 1,2,3회차 시위에서 사용된 다소 과격하거나 부정적인 표현이 담긴 미러링, 남성 혐오를 표현하는 듯한 피켓과 구호가 시위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티즌들은 “fe***** 워싱턴포스트에도 한국 몰카 올라옴, 몰카 찍고 공유하는 보는 놈들도 다 똑같은 놈들”, “li***** 판사가 처벌을 안 하니 망신당하는 거다. 술 먹으면 무조건 관용을 한다. 입법부에서 법을 만들면 뭐하냐”, “yu**** 시위랍시고 남성 혐오적 표현이 가득인데 보기만 해도 지친다”, “rt**** 그냥 욕하고 싶어서 만든 시위”라며 다양한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