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리화 가치 폭락하자 세계 금융시장도 ‘출렁’..아르헨티나 페소, 인도 루피 가치도 사상 최저 기록해..소비자들은 리라 가치 급락하자 터키 명품 관광 이어 나가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터키 명품 관광’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리라 환율 효과로 인해 터키 현지 명품 매장의 제품 가격을 최대 30% 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자 국내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터키 명품 관광에 관한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리라화 가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 배 높인다고 발표하면서 급락했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세계 금융시장도 출렁이면서 아르헨티나 페소와 인도 루피 가치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터키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환율 불안이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지속적인 통화 하락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 리라화 쇼크가 부른 ‘터키 명품 반값 대란’..터키 관광도 일시적 부흥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터키 화폐 리라가 일주일 사이에 25% 급락하면서 이스탄불 명품 매장에서 명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루이비통, 샤넬 매장에서는 아랍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리라화 쇼크가 지속되자 명품 가격이 반의 반 값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리라화 쇼크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터키 명품 관광과 직구를 통해 고가의 명품 브랜드 의류나 가방을 사기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오전 기준 리라화 환율은 1리라당 170.98원이다.

이는 최근 1개월 간 최고치였던 지난 7월 23일 (1리라당 238.45원)보다 28.3% 떨어진 수준이다.

온라인상에서는 “터키 명품 관광 갑니다”,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터키 명품 구매하는 방법” 등 터키 명품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영국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의 경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국내 직구족들의 관심이 쏠렸다.

버버리는 터키 현지에서 세일을 진행 중으로 환율 효과를 더하면 중복으로 할인 혜택을 받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버리 제품은 현재 터키 현지 할인을 적용해 최대 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직구 배송의 경우 약 5~10만원 가량의 배송비를 지불해도 모든 제품은 10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터키 버버리 공식 사이트의 상품들은 빠른 속도로 품절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명품 제품을 달러-리라 환율 효과로 대체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했던 유럽과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직구에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현지 유학생 직구 대행해주실 분 모집합니다” 등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직구뿐만 아니라 터키 관광도 일시적 부흥을 맞았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항공권과 호텔을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여행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터키 항공권과 숙박을 알아보는 이들도 많다.

쿠웨이트 등 터키 주변 국가에서는 터키로 대거 이동하고 있어 터키 관광업도 일시적으로 부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달러로 물건을 사는 관광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반면 국민들에게는 애국심을 호소하고 있다.

리라화 쇼크 배경은 ‘미국의 제재와 취약한 경제구조’

터키 리라화 추락이 출구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터키 금융시장의 붕괴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와 취약한 경제 구조가 겹쳤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 높인다고 발표했다.

해당 발표 이후 터키 환율은 달러 대비 17%까지 급락했다.

이런 배경의 중심에는 미국의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있다.

1993년 터키에 입국한 앤드런 목사는 터키 쿠르드족을 도왔다는 이유로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 등 혐의로 가택연금됐다.

미국은 터키에 그를 풀어줄 것을 끊임없이 요청했으나 터키는 이 같은 요구를 거절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됐다.

리라화 쇼크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터키 제재 요인이 지배적이나, 터키 정부가 극심한 물가상승에도 뚜렷한 경제 정책을 마련하지 못 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터키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빚은 민간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떠올라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구제 금융설이 불거질 정도로 경제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 도래했기 때문이다.

현재 터키는 3,000억 달러에 이르는 대외 부채로 인해 주요국 가운데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터키발 금융 불안, 그리스 위기로 재현되나

리라화 급락으로 인한 금융 불안으로 인해 신흥국 시장의 불안감도 팽배해진 상황이다.

신흥국 환율과 증시가 줄줄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그리스 구제금융 위기를 재현하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터키 리라화가 장중 22%까지 급락하자 신흥국 통화는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에 신흥국 증시에서 불안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1% 이상 빠졌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리라화 급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는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리라화 급락의 충격파가 아르헨티나 페소화, 인도 루피 가치 등 신흥국 통화 가치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위기가 계속될 경우엔 터키의 IMF 구제금융 신청 금리 인상 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글로벌 증시 방향의 키를 잡은 미국의 중간 선거기간인 11월까지는 신흥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처럼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리라화 폭락으로 인한 터키의 시련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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