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이과 각각 전교 1등 차지에 ‘커닝’, ‘시험지 유출’ 등 불공정 의혹 제기,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나서기로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서울 숙명여고의 ‘쌍둥이 자매 성적 1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쌍둥이 자매의 갑작스러운 성적 상승을 두고 커닝과 시험지 유출 의혹 등이 제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S여고 의혹 규명”을 요청하는 글들을 통해 교육적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사태 진화에 나서 10명의 특별감사팀을 투입해 해당 논란의 교육적 객관성을 검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 “쌍둥이 자매가 전교 1등 후 우수상”..커닝과 시험지 유출 의혹 제기

‘쌍둥이 자매 성적 논란’은 지난달 중순 치러진 숙명여자고등학교 1학기 기말고사에서 현직 교무부장의 두 딸인 고2 자매가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며 불거졌다.

1학년 1학기 쌍둥이 자매의 성적은 각각 전교 59등과 121등으로 알려졌기에 1년여 만에 급격한 성적 상승을 이룬 배경에 대한 이목이 쏠리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커닝과 시험지 유출 의혹을 주장하는 측의 글들이 주목을 받았다.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 지난달 24일 서초강남교육지원청에 ‘숙명여자고등학교 기말고사에 의혹이 있다’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매의 원래 성적은 전교 100등 안팎이었으나 지난 1학기 각각 문과와 이과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성적이 대폭 올랐다는 데서 의혹을 제기했다.

◆ 논란 지속되자 당사자인 교무부장 A씨가 직접 해명 나서기도

해당 사건에서 ‘시험지 유출·커닝 의혹’이 가장 큰 쟁점이 되자 숙명여자고등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학부모들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속출했다.

이에 교무부장 A씨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두 딸이 중학교 때 자사고와 특목고 진학을 준비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으나 진학에 실패해 이 학교에 오게 됐다”며 “한 명은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고, 다른 한명은 수학시험을 푸는 데 큰 어려움을 느껴 1학년 1학기 성적이 좋지 못했으나 이후 성적이 차즘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학 클리닉 선생님을 소개받고 서로 경쟁하면서 1학년 2학기에 전교 5등, 2등으로 성적이 올랐고 올해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이 하루에 잠을 자는 시간이 4시간을 넘지 않았다”며 문·이과 전교 1등을 위해 노력한 두 딸들을 설명했다.

또한 문제가 된 커닝,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해선 “업무상 개방된 교무실에서 정답과 출제 범위 등이 적힌 ‘이원목적분류표(문항의 출제 의도와 배점, 정답이 기재된 표)’를 1분 정도 결재를 위해 보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해서 확산됐고 일부 학부모들이 즉각 반박에 나서자 A씨는 학교 홈페이지에 작성한 글을 삭제한 상태다.

“숙명여고 의혹 규명”, “교사와 자녀 같은 학교 다니는 것 금지” 등 다양한 청원 줄 이어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지난 11일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숙명여고 의혹 규명”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숙명여고의 시험지 유출과 같은 부정 의혹을 조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이러한 부정 사례는 현 입시 체제에서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이며 내신 사교육, 교직원 부정, 학부모 경제 부담, 공정하지 못한 평가 가능성 등을 고려해 내신을 폐지하고 수능점수로만 대학교를 지원하도록 제도 개편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부모인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청원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청원인에 따르면 “학부모와 학생이 같은 학교에 있을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직간접적으로 학생은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내신과 대회 등에 있어서도 다른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취득하는 데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주장했다.

내신 비중이 커지고 있는 대입전형에서 공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선 적절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숙명여고·서울시교육청’, 감사 통해 성적 논란 객관성 검증할 계획

숙명여자고등학교는 성적 조작 논란에 대해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 13일 숙명여자고등학교 측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숙명여고 학업 성적 관리에 관한 논란에 대해 본교의 입장‘ 이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교육청에 특별장학과 성적 감사를 의뢰하고, 성실하게 교육청의 조사 및 감사에 임하여 이번 논란의 진위 여부가 객관적으로 규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본교는 학교 자체적으로도 외부 인사를 포함한 학교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학업성적관리상의 전반적인 절차를 재점검하고, 보다 엄격한 학업성적관리 기준을 수립하는 등 본교의 학업성적 관리에 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또 “내신 성적이라는 예민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수험기간 중인 어린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어 학교도 하나하나의 조치를 매우 조심스럽게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시어 교육청의 조사, 감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은 숙명여고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 본청 감사관실 직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감사팀은 16일 오전부터 숙명여고를 찾아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팀은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유출 의혹의 객관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3일부터 장학사 3명을 파견해 숙명여고에 대한 특별장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시험지 출제, 검토과정에서 교무부장에 대한 배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는 상황으로, 공교육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논란을 종결지을 교육적 객관성을 검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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