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남북 이산가족이 오늘(20일) 금강산에서 상봉했다. 남측 가족 89명은 동행하는 가족과 함께 북측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떠났으며, 만남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22일까지 2박 3일간의 만남이 끝나면 24일부터 26일까지는 북측 이산가족 83명과 남측가족이 상봉하게 된다. 이번 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지만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례화 하는 문제와 상설면회소 설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 이산가족 상봉 행사 어떻게 진행되나

우리측 이산가족은 오늘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떠났다. 도착 후 점심식사가 끝나고 3시부터 금강산 호텔에서 단체 상봉형식으로 2시간 동안 북측 가족을 만났다. 오후 7시부터는 북측 주최의 환영만찬이 있을 예정이며, 내일(21일)에는 숙소에서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1시간 동안 점심식사도 함께 된다. 가족끼리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날인 22일은 작별상봉과 단체 상봉을 하고 남측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약 11시간 동안 상봉을 하게 된다. 한편, 북측 가족의 남측을 방문 행사는 24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다.

◆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재개되기 까지

지난 6월 22일 남북은 8.15를 계기로 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측 회담 수석 대표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과 북측 단장인 박용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논의를 위한 적십자 회담에서 8월 20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각각 100명씩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에 남북은 이번 이산상봉 대상자 최종 명단 100명을 추리고 교환하는 작업과 금강산 시설 개보수 작업이 동시에 시작했다.

우리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13만 명이다. 그 중 55%는 이미 사망해, 생존하고 있는 5만7천여 명 가운데 무작위 컴퓨터 추첨으로 상봉 대상자의 5배수인 500명을 1차 후보자로 뽑았다. 이때 연령별 분포 비율을 고려하면서도 90세 이상 고령자가 많이 선정될 수 있도록 9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을 50%로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족관계에 따라 부부, 부자, 모자 등 직계 가족이 1순위, 형제자매 2순위, 3촌 이상이 3순위로 가중치가 부여됐다. 이렇게 선정된 500명 가운데 건강검진과 상봉의사 확인 결과를 반영해 2차 후보자 250명을 걸러내고, 최종 후보자 100명은 북측 가족의 생존 확인 명단을 토대로 선정됐다.

또한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달 3일부터 북측 이산가족 200여명이 의뢰한 남측 가족 생사확인 작업도 착수했다. 대한적십자사와 통일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우리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명단과 북측 가족이 의뢰한 남측 가족의 이름과 나이, 거주지 등 인적사항을 대조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 명단 남측 93명, 북측 88명을 지난 4일 판문점에서 교환했다. 우리 측 방문단에는 79세 이하가 12명, 80대가 46명, 90세 이상이 35명이었고, 이 가운데 부자·조손의 만남을 원하는 경우는 10명, 형제·자매 41명, 3촌 이상 42명이었다. 북측 방문단에서는 79세 이하가 21명, 80대 62명, 90세 이상 5명이며 부자·조손 3명, 형제·자매 61명, 3촌 이상 24명으로 나타났다.

이산가족 상봉 명단을 선정하는 동안 우리 측 시설점검단은 현지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6월 27일 금강산으로 떠났다. 시설점검단에는 김병대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을 비롯해 대한적십자사와 현대아산 관계자, 협력업체 기술자 등 20명이다. 그동안 이산가족 단체 상봉은 금강산 호텔과 이산가족 면회소에 마련된 상봉장에서 진행됐다. 면회소의 경우 이산가족들이 각기 다른 건물에 체류하면서 지정된 장소에서 1~2시간씩 만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남북이 합의해 착공한 건물로, 5만㎡ 부지에 지하1층~지상1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이며 총 600명 수용이 가능하다.

시설점검단의 시설 점검 결과 면회소 전반에 대한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지난달 9일부터 시설개보수 착수에 들어갔다.

◆ 전면 생사확인, 정례화 등 과제 남아

남북 이산가족 행사가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산가족 전면 생사확인,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 신청자 가운데 고령자가 많아 헤어진 가족과 상봉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해 100명을 추리는 과정에서 90세 이상 고령자를 50% 추첨 비율에 배정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90세 이상 신청자는 1만2146명이다. 이 가운데 35명만 선정이 되었으니, 나머지 1만2천100여명은 앞으로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크다. 지난 6월 22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 회담에서도 이산가족 전면 생사확인,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은 공동보도문에 담기지도 않았다. 우리측 수석대표였던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산가족 근본 문제를 해결을 위해 생사확인부터 시작해서 정례적으로 만나고, 성묘가고, 화상상봉, 고향방문단 결성 등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러한 내용이 공동보도문이 담기지 않았던 것은 여전히 북측에서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과거에도 수시상봉, 전면적 생사확인 등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북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일반 주민이 남측과 접촉면이 넓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북이 이산가족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하니 이 합의는 반드시 이룰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생존자 5만7천여 명 가운데 86%에 이르는 4만8천여 명이 70세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월은 여전히 유수처럼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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