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폭탄, 누가 맞을 것인가...

전국 재개발, 재건축 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았던 정비사업이 최근 불거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경기 악화로 사업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데 이어 실제로 사업진행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사업구역이나 사업을 진행하려는 추진위원회와 조합 즉 정대위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속칭 비대위와의 마찰은 언제나 있어왔다.

구역마다 상황에 따라선 소송으로 얼룩져 사업진행이 더뎌지는가 하면 집행부가 교체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엔 간과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있다. 바로 매몰비용이다.

정비사업에서 매몰비용이란 이미 사업진행을 위해 지출돼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말한다.

우선 매몰비용을 언급하기 전에 추진위와 조합은 사업진행을 위해 운영자금을 해당구역정비업체나 선정된 시공사에게서 차입해야 한다.

이렇게 정비업체나 시공사에게서 차입된 자금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후에 생기는 이익으로 해당금액을 보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업진행도중 지역주민들의 사업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에 맞춰 사업이 중단된다면 그동안 차입해 쓴 자금의 보상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다.

바로 현재 정비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는 이런 문제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때문에 매몰비용문제는 정비사업에서 언제나 논란거리였다.

그런데 최근 한 재개발 구역이 도마위에 올랐다. 바로 부천시에 위치한 춘의 1-1구역이다.

춘의 1-1구역은 지난 2005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사업이 시작돼 2009년 대우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했지만 부동산경기악화에 이은 주민들의 사업반대로 사업 무용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재개발사업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은 속칭 비대위를 중심으로 반대동의서가 걷히기 시작했다.

동의서는 순식간에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응 넘는 50.2%가 동의했고 이를 접수받은 부천시청은 지난달 13일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을 내렸다.

조합설립인가 후 소송한번 없이 진행된 재개발 사업이 하루아침에 중단의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업 중단만으로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시공자로 선정된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지난 9월 25일 조합사무실에 325억2천만원을 30일 내에 당 사업단에게 지급하지 않을 경우 조합과 조합원들을 상대로 강제집행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만약 325억2천만원을 배상하는 것이 확정된다면 춘의1-1구역 조합원들은 가구당 4600여만원을 부당해야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하지만 조합관계자에게 확인할 결과 사업진행을 위해 공식적으로 사용된 금액은 약 50억원수준으로 시공사가 요구하는 금액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당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325억2천만원은 시공사가 그동안 조합에 운영비 등으로 빌려준 자금과 손해배상금 등의 명목으로 청구한 금액이다”라고 말했다.

공문발송에 대해서는 “해당 공문발송에 대한 행위는 시공사입장에서는 정당하다”며 “또한 시공사가 사업이 중단된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배임혐의가 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금액에 책정된 데에 따른 구체적인 항목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배상금액을 놓고 서로간의 주장이 엊갈리는 가운데 ‘조합설립인가취소’처분을 내린 부천시는 시공자들에게 “325억2천만원이 책정된 것에 대해 자료를 공개하라”는 항의문을 내놓았다.

진실공방이 전개되는 가운데 매몰비용문제는 반드시 처리되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조합측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몰비용이 약50억이든 325억2천만원이든 이는 분명 배상해야할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업이 중단되면서 생기는 매몰비용부담은 누가해야할까라는 궁금 점이 생긴다.

현재까지 알려진 법원판례로는 조합원들은 매몰비용배상에 대한 의무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인천지방법원판례 2008년 4월 25일에 선고된 2007 가합12926호에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판례 2005년 6월 23일 선고 2004 다 3864호에는 계약이 직접조합원들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적시된 바 있다.

2010년 12월 17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린 재판과 1997년 11월 14일 대법원 판결 또한 같은 취지의 법원 판례가 있어 왔다.

조합원들은 매몰비용부담 주체가 될 수 없고 주체가 된다 하더라도 총회의결을 통해야만 배상을 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매몰비용배상은 누가해야 할까?

법무법인 강산의 김은유 변호사에 따르면 “매몰비용에 관한 배상대상은 조합장 및 조합임원그리고 시공사계약당시 연대보증을 선 연대보증인들이 물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배상의 주체는 정해졌지만 50억이든 325억2천만원이든 분명 소수의 인원이 부담하기에는 분명 큰 금액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배상금액이 큰 만큼 조합은 현재 부천시를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에 대한‘행정취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을 다시 정상화시켜야지 만이 매몰비용 배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 춘의1-1구역은 앞으로 다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려는 조합과 사업을 반대하는 비대위들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에 위치한 춘의1-1구역

[한국건설근로ㅣ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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