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원자로_기획 ③] 원자로, 철저한 관리와 폐로 기술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뉴스워커_원자로_기획 ③] 원자로, 철저한 관리와 폐로 기술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 염정민 기자
  • 승인 2018.08.23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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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원자로_기획 ③] 설계 수명에 도달했다고 해서 원자로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동시에 설계 수명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이 확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재료역학에서는 지연 파괴(Delayed Fracture), 응력 부식(Stress Corrosion), 피로 파괴(Fatigue Failure) 등의 현상이 존재함을 긍정하고 있다.

지연 파괴란 금속에 정적인 하중을 가한 상태로 고온을 장시간 유지하면 재료가 가진 항복 응력(yield stress) 이전의 상태에서 파괴되는 현상을, 응력 부식이란 금속 조직 내에 응력(stress)이 남아 있을 경우 부식이 일어나 강도가 저하되는 현상을, 피로 파괴는 고체 재료에 반복적인 응력을 가할 경우 인장 강도보다 훨씬 낮은 지점에서 파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특히 원자력 관련 부분에서는 BWR 냉각계 배관 스테인리스 강의 응력 부식 파열, 지르칼로이 피복관의 PCI 파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의 원자로는 BWR(Boiling Water Reactor, 비등수형 원자로)가 아니라 PWR(가압수형 원자로), PHWR(가압중수형 원자로)이므로 BWR에 비해 응력 부식 파열 현상이 비교적 덜 발생하지만, 1979년 3월 PWR인 일본 미하마(Mihama, 美浜) 원자로 3호기에서도 응력 부식 파열로 의심되는 현상이 보고된 바 있고 니켈 합금 부품에 대한 발생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PWR도 응력 부식 파열 현상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역학 관계의 공학 개념이라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단순하게 말한다면, 위의 현상들은 ‘고온, 응력, 반복적인 응력 등 특수한 환경에서 제품이 운용될 경우 제품의 재료가 원래 가진 물리적 특성 수준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10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가진 재료가 특수한 환경에 처할 경우 500 이하의 하중이 걸려도 파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기초로 산출된 설계 수명은 하나의 참고 자료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이는 설계 수명에 도달한다고 해서 원자로가 위험하다고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동시에 설계 수명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결론 또한 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안전을 위해서는 설계 수명과 무관하게 원자로를 운용하는 모든 순간에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은 빠른 시간 내에 폐로에 관련된 기술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자로의 수명을 무한히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버홀(Overhaul) 수준으로 부품을 전면 교체한다고 해서 설계 당시에 요구된 성능과 안전성을 100% 보장한다고 보기 어려워 경우에 따라 폐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출처: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또한 향후 10년간 9개의 원자로가 설계 수명에 도달하게 되는데 폐로 기술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정밀 검사 결과 해당 원자로의 위험도가 비교적 높다고 판단되어도 폐로 기술이 없는 현실에 밀려 형식적으로 수명 연장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압박 받을 수 있다.

이는 한국 국민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과 동시에 해당 원자로가 위험하다는 판단이 내려져도 수명 연장을 강요받게 되어 대형 원전 사고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이와 같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폐로 관련 기술이 확보되어야할 필요성이 있고, 그와 관련한 예산 투입과 의사 결정을 단순히 탈원전 정책의 결과물로 치부하고 국가, 사회적 낭비로 주장하는 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원자력 발전은 한국의 전력 사업상 배제될 수 없는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고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풀려 악마적인 전력 생산 방식으로 취급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 방식이 완벽하게 안전하거나 방사성 폐기물 문제와 같은 치명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므로, 철저하고 투명한 원전 관리가 요구되고 폐로를 포함하여 리스크 관리 관련 선택의 폭을 확장하는 방식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 또한 분명하다.

따라서 안전 문제를 제기하거나 폐로 기술을 확보하는 등의 철저한 원전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단순한 탈원전 정책으로 치부하여 비난하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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