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직장 사회에서 임신·육아 휴직 등이 편견과 차별을 통해 여전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회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직장에서 인사상 불공정한 조치를 받거나 떠밀려 퇴사를 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노동권 비(非)존중 문화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직장 내 부당행위를 제보받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임신이나 육아휴직을 이유로 회사에서 ‘갑질’을 당했다는 제보가 많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임신 또는 육아휴직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제보가 300여 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보된 제보는 42건이었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사례는 불이익 26건, 다음으로 퇴사 강요 16건과 임산부 괴롭힘 13건 등이었다.

직장갑질 119가 공개한 한 사례에 따르면 공공병원에 일하고 있는 약사 A씨는 임신 중에 출혈이 있어 유산 위험이 있다는 진단서를 받고 직장에 육아휴직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상사의 ‘유별나게 군다’란 답변 뿐이었다.

상사는 “내가 언제 그렇게 너를 혹사시켰나?”, “내가 일할 땐 의자도 없이 종일 서서 일했는데, 20년 동안 한 명도 유산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A씨는 결국 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 수순을 밟으려 하자 회사로부터 “퇴사를 전제로 육아휴직을 준 것”이라며 퇴사를 종용받았다.

B씨는 회사에 복직했으나 10년간의 경력과는 무관한 업무를 맡게 됐고, 업무 외에는 사적 대화를 금지하며 모든 대화를 녹음하겠다는 사측의 통보도 받았다.

이 같은 사례를 공개하면서 직장갑질 119단체는 “정부가 출산휴가와 육아유직을 이유로 해고나 불이익, 괴롭힘이 벌어지는 공공기관에 대해 무기명 설문조사와 근로감독을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출산과 육아와 관련해 원치 않는 해고와 보복성 인사가 연속되는 불이익을 조사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와 출산휴직에 대한 갑질은 우리 사회가 일가정양립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는 사안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더 내려가 규모가 작은 사기업의 경우 출산휴가제, 육아휴직제 등에 대한 존중 문화와 일가정 양립제도를 전혀 활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일가정양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높게 형성된 데 반해 제도가 이를 뒤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기업의 일·가정 양립제도 도입률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출산휴가제와 배우자 출산휴가제, 육아휴직제 모두 90%를 도입하고 있는 상태지만, 100인 이하 규모의 기업으로 내려 갈수록 그 비율은 압도적으로 적었다.

중소기업이 국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통계는 국내 직장 사회가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엄연한 노동권리를 부정하고 있다는 대목이 될 수 있다.

일가정양립 사회를 실현하려는 사회적 의지는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시대착오적인 고용 사회의 현실은 일가정양립에 대한 정책과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단순 기업의 업무효율 유지를 명목으로 근로자의 권리를 배척하고 있는 행태는 노동존중에 대한 위협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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